주정(民主政·Democracy)의 꽃은 선거다. 국가 권력 창출이 온전히 선거에 의해 이뤄져서다. 우리나라가 방대한 조직과 혈세를 쓰는 선거 관리 조직을 별도 기구로 둔 이유도 선거 관리가 민주국가 체제의 핵심 기반임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963년 1월 설립됐다. 원래 행정부에서 선거를 관리했지만, 1960년 3·15 부정선거 여파로 독립된 선거관리 기구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결과다. 쉽게 말해 독립기구로 선관위를 둔 건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이 출발점이란 얘기다. 그런데 6·3 지방선거에서 생겨선 안 될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강남구, 인천 연수구 등 수도권 일대 투표소 10여 곳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가 중단된 것이다. 민주정을 지탱하는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하고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한 당사자가 선거 절차의 수호자인 선관위라니 어이가 없다. 게다가 선관위의 사후 대응과 해명은 문제점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선관위는 논란이 일 때마다 고개를 숙였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고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진국에선 우리와 달리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엄중히 대응한다. 오스트리아는 2016년 대선에서 우편투표 관리 부실이 일부 드러나자 선거 결과를 백지화하고 재투표를 실시했다. 관리 부실이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절차상 결함 자체가 선거 전체 신뢰를 훼손했으니 그 자체로 결과가 무효라고 봤다.선거는 공정성과 무결성 원칙이 생명이다. 절차에 결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선거 전체 공정성을 의심받고, 이는 민주정 체제 자체를 흔든다. 그런데 선관위는 본업도 제대로 못 하고,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지위 뒤에 숨어 조직원들이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러니 일각에선 선관위를 폐지하고 선거 관리 업무를 옛날처럼 차라리 행정부에 맡기라는 주장마저 나올 정도다. 최소한 정부 부처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잘잘못을 가려 물을 수 있고, 민심에도 민감하므로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일하진 않을 거란 주장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