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북도청에서 대한민국 무역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KOTRA와 경북도, 그리고 도내 11개 수출 유관기관이 뜻을 모아 ‘AI 활용 해외마케팅 통합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기관 간의 두터운 ‘지원 칸막이’를 과감히 걷어내고, KOTRA가 보유한 글로벌 바이어 빅데이터 플랫폼 ‘트라이빅(TriBIG)’과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바이코리아(buyKOREA)’ 등 AI 기반 핵심 인프라를 전면 개방해 지역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전국 최초의 도 단위 협업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전문 인력이 부족해 이른바 'AI 소외'를 겪기 쉬운 지방 중소기업들에게, 공공 주도의 데이터 및 플랫폼 개방은 디지털 전환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이러한 지역 수출 현장의 발 빠른 움직임은 최근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산업의 거대한 흐름과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방한하여 국내 기업들과의 끈끈한 연대를 재확인했고, UN 기구 산하의 글로벌 AI 허브를 한국에 유치하려는 국가적 움직임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에 화답하듯 반도체를 위시한 국내 AI 관련 첨단 산업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바야흐로 AI는 다가올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니라, 당장 오늘 국가 경제의 명운과 수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무기가 되었다.이 시점에서 우리는 AI 산업이 품고 있는 숨겨진 ‘넓이’에 주목해야만 한다. 
 
흔히 AI라고 하면 고도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나 실리콘 밸리의 최첨단 칩셋 설계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AI 생태계를 움직이는 밸류체인(Value Chain)의 실상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범위는 의외로 전통적인 중공업부터 첨단 소재·부품 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뻗어 있음을 알 수 있다.이처럼 무한히 확장되는 글로벌 AI 밸류체인은 IT와 정밀기계, 소재·부품 등 탄탄한 제조 기반이 집적된 대한민국, 특히 오랜 세월 우리 경제의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우리 지역 산업계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다. 전력 기기, 기계 설비, 방열 신소재 등을 생산하는 수많은 지역의 강소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AI 생태계에 탑승할 채비를 마쳤거나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과거의 수출이 완성된 개별 품목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1차원적인 형태였다면, 다가올 시대의 무역은 AI라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혁신된 부품과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생태계 단위의 경쟁'이 될 것이다. 
 
K-팝과 K-콘텐츠가 세계인의 문화를 선도했듯, 이제는 우리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첨단 AI 기술이 융합된 ‘한류 K-AI’를 글로벌 무역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KOTRA는 이번 경북에서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AI 수출 인프라 공유 모델’을 마중물 삼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지방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AI를 통해 수출 현장에서부터 실현해 나갈 것이다. 
 
정보와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지방 곳곳에 숨어 있는 우수한 제조 강소기업들이 전 세계 AI 밸류체인에 성공적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KOTRA의 전사적인 지원망을 전국 단위로 촘촘히 엮어갈 계획이다.AI 시대의 진정한 승부처는 천재적인 알고리즘 그 자체를 넘어, 이를 현실의 물리적 인프라와 제품으로 단단하게 구현해 내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뒷심’에 있다. 
 
오랜 세월 묵묵히 땀 흘려 온 지역 수출 중소기업들의 저력이 AI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고, ‘K-트레이드(K-TRADE)’의 영토를 전 세계로 눈부시게 확장해 나가는 새로운 수출 르네상스가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