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종종 전쟁으로 표현된다. 과거 식민지 관계였던 한일전, 독일-네덜란드, 프랑스-세네갈, 포클랜드 전쟁(1982. 4. 2)을 한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역사적 지배와 대립으로 한 국가 안에서도 따로 출전하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Francisco Franco)와 카탈루냐 민족 독립과도 연결된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 이들 라이벌전은 전쟁과도 같다. 결코 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들에게 축구는 한낱 경기가 아니다. 응원이 격렬하여 사망에 이르는가 하면, 중계를 보다가 심장마비로 죽기도 한다. 1994 월드컵, 콜롬비아 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Andres Escobar)는 미국팀과의 조별리그에서 실수로 자책골을 넣었다. 콜롬비아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귀국했는데, 그는 권총으로 살해되고 만다.1994 미국월드컵 결승전은 잊을 수 없다. 이날 새벽 세 시에 펼쳐진 공격 축구의 브라질과 수비 축구의 이탈리아 결승전은 각 3회씩 우승을 차지한 양 국가의 신기록 수립의 경기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연장전도 0:0 무승부라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처음으로 승부차기로 우승을 가리게 된다. 3:2의 스코어로 브라질이 앞서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마지막 키커로 최고 스트라이커인 판타지스타(Fantaista), 말총머리(Il Condino) 로베르토 바조(Roberto Baggio, 1967~)가 등장한다.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채 그가 찬 공은 하늘로 치솟았다. 대회 최고의 스타는 순식간에 가장 불운한 2인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브라질에 우승컵을 내준 이탈리아 사람들은 야유를 퍼붓고 그의 동상을 조각낼 정도로 격분했다. 이후 그의 축구 운은 내리막이었다. 그는 월드컵 비운의 스타였다.94 미국월드컵을 축하하는 3테너(The Three Tenor, 1990. 7. 7~) ‘꿈의 공연’이 펼쳐졌다. 1994년 7월 16일 L.A에서 가진 3테너 ‘DREAM CONCERT’는 대성황이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 호세 카레라스(Josep Carreras, 1946~)와 주빈 메타(Zubin Mehta)의 지휘로 열린 공연인데, 세 테너는 모두 축구광이라 한다.3테너 공연은 98 프랑스 월드컵에도 열린다. 1998년 7월 10일 파리 에펠탑이 있는 샹드마르스 공원에서 파리교향악단과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 지휘로 펼쳐진다. 나는 지금도 공연 실황을 녹음한 두 개의 카세트테이프가 있다. 그날 노래에 맞춰 숨죽이며 녹음 단추를 누르던 기억이 난다. 3대 테너는 2001년 서울 내한 공연(6. 22) 이후 2005년 멕시코(6. 4)에서 마지막 공연을 한다.1998 프랑스 월드컵은 아쉬운 대회였다. 차범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선제골로, 전반 28분 왼발의 달인 하석주 선수가 중거리 슛을 넣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분 만에 이번 대회부터 바뀐 ‘백태클 금지’ 규정으로 바로 그가 퇴장당한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경기는 3:1로 지고 말았다.다음으로 만난 네덜란드팀은 아예 경기장을 날아다녔는데, 후방에서의 긴 패스로 공격수에 찔러주면 공을 받아 바로 넣는 식이었다. 대한민국은 무려 5:0의 참패를 하고 급기야 예선 기간 중에 감독이 경질된다. 대회 중에 감독 교체는 실로 이례적인 것이다.2002 한일월드컵에 모셔온 외국인 명장이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대표팀 감독 2001~02), 바로 그 네덜란드팀 감독이었으니, 하필 그 사람이냐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우리 한국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었고,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거침없었다.축구계가 연줄에 묶여 선수 선발하던 관행을 깨고 자신의 판단으로 이름값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선수를 발굴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선수, 외국 리그에서 뛴다고 콧대만 높은 선수를 조화로운 팀으로 묶어냈다. 그는 강팀과의 평가전을 고집했는데 연이어 5:0으로 대패하자 별명도 ‘오대영’ 감독이 되었다.한국 팀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6. 18, 연장전 2:1), 8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자(6. 22, 0:0, PK 5:3), 사람들은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로 가자’고 했다. 이 기세로는 우리가 어디에서 멈출지 아무도 몰랐고, 선수들은 진짜 우리가 결승에 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변이 속출하는 월드컵에서 FIFA 랭킹은 숫자일 뿐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경기 시작하고, 주심이 종료 호각을 불 때까지, 그래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까지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한 축구팬의 붉은 유니폼에는 아래 문구가 적혀 있다.월드컵 / 월드컵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 우리를 흥분시키는 경기 / 4년마다 /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을 발견한다 / 2026 북중미 월드컵 / 나는 확신한다다시 한번 축구가 감동을 주어 이념과 삶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하나가 되기를, 젊은 선수들의 불굴의 열정으로 우리 모두 황홀한 축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