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맞아 신라인들이 부처의 사리에 담았던 염원과 국가의 이상을 되새기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황룡사 사리장엄구를 단순한 출토 유물이 아닌 신라 불교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기준 자료로 새롭게 조명하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1300여 년 전 신라인들의 신앙 세계와 호국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뜻깊은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 기념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_皇龍奉佛(황룡봉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황룡사 목탑 심초석 사리공과 그 주변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를 중심으로 신라인들이 부처의 사리를 어떻게 모시고 장엄했는지를 한 자리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신라 왕실의 불교 신앙과 국가 의례, 통일신라 후기 불교문화의 전개 양상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황룡사는 신라 왕실이 불교를 통해 국가 질서와 왕권의 정당성을 구현하고자 했던 국가 중심 사찰이었다. 그 중심에 우뚝 섰던 9층 목탑은 당시 신라 최대 규모의 목조건축물로,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고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호국불교의 상징이었다.전시는 1960년대 목탑 사리공 조사와 1976년부터 시작된 황룡사지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창건기와 중수기의 사리장엄구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오랜 보존처리와 복원 과정을 거쳐 새롭게 공개되는 유물과 최근 과학 조사 및 연구 성과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황룡사 목탑 사리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함과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보물), ‘중화 3년’ 명문이 새겨진 금동 사리기 등 황룡사를 대표하는 유물을 비롯해 통일신라 후기 사리장엄 문화를 보여주는 전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 납석제 사리호(보물)와 사리기, 합천 해인사 길상탑의 탑지석과 소탑 등 모두 117건 322점이 전시된다.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황룡사 9층 목탑 창건 당시 봉안된 사리장엄구를 통해 사리 신앙과 호국의 상징으로서 목탑의 의미를 살펴본다. ▲두 번째는 경문왕 대 목탑 중수 과정에서 이뤄진 사리 재봉안의 모습을 소개하며 새로운 사리와 법사리, 공양물이 추가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는 황룡사 이후 여러 사찰로 확산된 사리장엄 문화의 변화와 계승 양상을 통해 통일신라 후기 불교문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특별전의 가장 큰 특징은 ▲‘9층탑의 9가지 이야기(Nine-story Pagoda, Nine Stories)’다. 최근 보존처리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새로운 성과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오랜 보존 초리를 통해 사리를 모신 사리공 전체가 금동판으로 장엄돼 하나의 거대한 사리함처럼 조성됐음을 확인했으며, 금동 사리함 옆판의 원래 위치와 최초 봉안 당시 구조도 새롭게 밝혀냈다. 또 기록 속 ‘금은고좌(金銀高座)’의 실체로 추정돼 왔던 금은제 연꽃모양 받침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에 법사리가 장엄된 방식도 새롭게 해석했다.
또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의 보존처리 과정에서는 뚜껑과 바닥으로 추정되는 작은 금속편에서 김충·연장·청선·연창 등 네 명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장인들의 흔적이 1300여 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셈이다.그동안 학계의 관심을 모아온 ‘중화 3년’ 명문 금동 사리기에 대해서도 뚜껑과 몸체 연결부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진행돼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제시한다.아울러 황룡사 목탑 사리장엄구와 함께 9세기 통일신라 사리장엄 문화의 변화 양상도 집중 조명한다. 전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의 금동 사리함과 납석제 사리호를 처음으로 함께 공개하고, 합천 해인사 길상탑의 탑지석과 소탑, 다라니 신앙 관련 자료를 통해 사리 신앙이 사리와 법사리, 다라니, 소탑을 함께 봉안하는 새로운 장엄 형식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기간에는 ▲탐구 꾸러미를 활용한 전시 감상 프로그램 ‘봉인해제! 금동 사리함의 비밀’을 비롯해 답사 프로그램 ‘우리 가족 황룡사 나들이’, 학예연구사가 직접 전시를 설명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황룡사와 신라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신라학 강좌’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맞아 축적된 연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황룡사 목탑에 담긴 신라인들의 염원과 불교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