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포항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박용선 포항시장 당선인은 "현장 중심·소통 중심·화합 중심"을 시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민생 회복과 포항 재도약을 약속했다. 출범 직후 현안 업무보고를 시작하고 시민 의견을 직접 받는 '당선인에 바란다' 코너를 개설하는 등 비교적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출범 첫날부터 주요 현안 점검에 나선 것은 시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경제와 산업, 복지와 환경, 도시 인프라 등 포항이 안고 있는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업무 파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시민 제안 창구를 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과거 인수위가 전문가나 정치권 중심으로 운영됐던 것과 달리 시민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점은 소통 행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포항은 철강산업 변화와 이차전지 산업 육성,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지역경제 침체 등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시정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는 민선9기 시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실상의 설계도 작성 기구다. 그만큼 전문성과 대표성, 그리고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겨야 한다.일부에서는 인수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를 함께 치른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선거 공신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정책 역량이다.인수위원 명단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심도 결국 "누가 들어갔느냐"보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냐"에 맞춰져 있다.포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절실하다. 철강 중심 산업구조를 넘어 미래 신산업을 키워야 하고,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청년과 인재가 머무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인수위가 이러한 과제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또 하나는 시민 참여의 실효성이다. '당선인에 바란다'가 단순한 의견 접수 창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접수된 제안이 실제로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정책에 반영됐는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보다 중요한 것은 반영이고, 반영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이기 때문이다.투명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인수위가 어떤 현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어떤 공약을 중점 검토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정보 공개와 소통이 뒷받침될 때 시민 신뢰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여기에 더해 인수위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내야 한다. 청년과 여성, 소상공인, 산업계, 농어업인 등 각계각층의 의견이 정책 구상 단계부터 반영될 때 시민들이 공감하는 시정이 가능하다.특히 포항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청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와 교육환경 개선 없이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인수위가 청년층의 눈높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지역경제 회복 방안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차전지와 수소,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과 함께 전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무엇보다 인수위 활동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 준비 과정이어야 한다. 현장 방문이 많다고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방문 횟수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해결책을 마련했는지를 더 주목한다.인수위 활동 종료 후에도 시민들에게 결과를 공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정책이 채택됐고 어떤 제안이 반영됐는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박용선 당선인이 강조한 '화합'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끝났지만 시정은 이제 시작이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졌던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시민을 아우르는 행정이 필요하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인수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4년의 시정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출범 초기의 의욕적인 행보는 분명 평가받을 만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일이다.포항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박용선 당선인이 내세운 '현장 중심·소통 중심·화합 중심'이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시정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인수위는 민선9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무대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남은 단추의 방향도 달라진다.박용선 인수위가 시민의 기대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낼지, 시민들은 기대와 함께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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