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994년 '신(新)노동'의 기치 아래 노동당 좌파를 밀어냈다. 블레어는 중도 확장을 내세웠고, 구주류는 정체성과 이념 순수성을 방패로 삼았다. 집권 후 신노동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한국 정치사에서도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친노와 동교동계 간 갈등이 전개됐다. 친노는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쳤고, 동교동계는 "민주당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다"라고 맞섰다. 결국 두 세력은 결별했고, 친노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지금 여당 내 이른바 '명청대전'은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균열의 도화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 전략에 따른 '뉴이재명'의 부상이다. '뉴이재명' 세력은 중도보수·친기업 인사 등을 포괄한다. 반면 친문 세력은 민주당 가치와 정체성을 강조하며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연 확대 과정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개혁 의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세력 갈등은 6·3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맞붙은 선거는 범여권 표를 갈라놓았다. 양측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X(옛 트위터)에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썼다. 외연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반면 정청래 대표와 강성 지지층은 개혁 드라이브와 진영 결집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언급에 대해 친명계가 격앙한 것도 이런 시각차를 보여준다. 민주당 진영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난타전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메시지를 놓고 해석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여당이 얼마나 깊은 균열 위에 서 있는가를 보여준다.문제는 지금이 집권 2년 차라는 점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은 높아지고, 미중 경쟁의 파고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쌓이고,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국민은 집권 초부터 집권 여당이 헤게모니 다툼에 몰두하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자문해야 할 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느냐다. 유권자의 관심은 계파의 승패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성과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