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과 달리 다소 한가해져서인가 보다. 뜬금없이 지난 해 겨울 일이 문득 떠오른다. 혹한이 지속되던 설 연휴를 맞아서 가족들과 함께 모 백화점을 찾았다. 이 때 백화점 앞 진입로엔 수많은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탄 자동차도 그 줄에 끼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가다서다 하기를 30 여 분, 드디어 우리가 타고 온 자동차가 지하 주차장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백화점은 지하 7층까지 넓은 주차장을 보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자동차들로 층마다 전광판엔 ‘혼잡’ 또는 ‘만 차’라는 글자가 뜨곤 하였다. 자동차를 몰고 지하에 위치한 주차장 입구에 들어섰지만 주차할 공간이 한 군데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금세라도 비운 자리가 있을까 싶어서 우리 자동차가 3층 주차장 출입구를 마악 들어설 때였다. 한 손에 붉은 색 전광 봉을 든 젊은 청년이 자동차 앞을 황급히 가로 막아선다. 그리곤 3층은 주차할 자리가 없다면서 공손히 허리를 굽힌다. 그 때 열린 차창 너머로 얼핏 젊은이 얼굴을 보았다. 마스크도 착용 안하고 햇빛을 통 못 본 탓인지 안색이 매우 창백했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4층으로 자동차를 몰아서 진입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주차할 장소가 없는 듯 했다. 저만치에서 주차 요원이 우릴 발견하곤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곧이어 나갈 차량이 있다고 하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제지를 한다. 1, 2분 쯤 지났을까? 자동차 안에서 뒤를 돌아보니 차량들이 줄지어서 정차하고 있었다. 
 
이 때 우리 차 뒤에 서 있던 한 외제차에서 어느 젊은 여성이 운전석 문을 열고는 냅다 고함을 질렀다. “ 이봐요! 이렇게 앞 차가 떡 하니 가로막고 있음 어떡해?” 라면서 매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상냥한 낯빛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서 그 여인에게 허릴 굽히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이 모습을 보자 갑자기 지하 1층에서부터 보아온 백화점 주차 요원들 얼굴이 하나, 둘 눈앞을 스쳤다. 젊은이들이 햇빛 한 줌 안 드는 음습한 지하에서 추위에 온몸을 떨며 근무를 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웠다. 더구나 많은 자동차들이 내뿜는 공해및 위험한 사고에도 노출 돼 있어서 자칫 건강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환경 아닌가. 그러나 이들은 남달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젊은이들이 평생 직장 개념도 희석 되고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을 하는 직업은 아예 기피해 왔잖은가. 그럼에도 이들은 이곳을 직장으로 선택했다.
이 생각에 이르자 이들에게 더욱 연민이 일었다. 한창 꿈을 향해 도전하고 젊음을 만끽할 20대 중, 후 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열악한 근무 조건에도 아랑곳 하지 않아서이다. 무엇보다 책상물림을 벗어나서 직접 세상과 맞닥뜨리는 용기를 지닌 그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근무 태도는 참으로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성실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차량을 안전하게 주차 한 후 마음 놓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필자는 백화점이나 큰 병원 등을 찾았을 때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수없이 대해 왔다. 그러나 그 당시엔 무심히 지나쳤다. 하지만 그날 백화점에서 잠깐 마주친 젊은 지하 주차 요원들에겐 왠지 마음이 쓰였다. 이들이 처해있는 근무 환경과 친절한 태도가 그날따라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아서이다. 심지어 그들에게 측은지심까지 발동 했다.
또한 ‘지하에서 이렇듯 큰 건물이나 백화점 등에서 주차 요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였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일에 종사 한다. 이들이 그곳에서 교통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어찌 장담 할 수 있으랴.
이들의 안전과 복지에 대하여 사회적 처우가 필요한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주차요원이 젊은이들이 아니던가.
젊은이들이 누구인가. 우리의 미래를 꽃 피울 주인공 아닌가. 악 조건의 근무지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우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다. 어쩌면 오늘 이 시각에도 그들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지하에서 저마다 지닌 희망의 꽃을 가슴 속으로 소중히 피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