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예술이 만나, 포항 북구 송라면 복합문화공간 '러블랑'에서 펼쳐지는 양윤정 작가의 '낙원-정원(PARADISE-GARDEN)'전은 여름의 문턱에서 만나는 가장 감각적인 예술 산책이다.
삶의 상실과 욕망, 실패와 치유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품어낼 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낙원의 풍경. 서양화가 양윤정이 그려낸 '낙원-정원(PARADISE-GARDEN)'은 그러하다. 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반적인 전시 형태를 벗어나 현대인의 상처와 위안을 위한 거대한 감성의 정원을 연출했다.
 
러블랑에서 열리고 있는 양윤정 초대 개인전 '낙원-정원'이 관람객들의 호평 속에 전시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오는 7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회화와 설치미술, 공간 연출, 관객 참여 프로젝트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러블랑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로 재탄생시켰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영원성을 반영한 헤테로토피아 공간표현 연구’로 석사과정을 마친 양윤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철학적 사유를 시각예술로 풀어내는 야심찬 시도를 선보인다. 현재 FAF 대표이자 갤러리 비손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국내외 개인전 24회와 다수의 기획전·아트페어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시의 출발점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제시한 ‘헤테로토피아’ 개념이다.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현실 너머의 또 다른 질서를 품고 있는 공간을 작가는 ‘자기연민의 장소’이자 ‘위로의 공간’으로 해석한다.
 
작가에게 낙원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상향만은 아니다. 그는 삶의 실패와 좌절, 공포와 분노, 욕망과 상실이 켜켜이 쌓인 흔적들 위에 어렵게 피어나는 치유의 장소로 치환한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자아와 무너진 영혼, 엉망진창의 상실과 욕망들이 새겨질 때 비로소 진짜 낙원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하나의 ‘정원 속을 거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전시의 중심축은 70여 점에 이르는 회화 작품들이다. 대형 캔버스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구상과 추상, 강렬한 색채와 섬세한 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거대한 시각적 아카이브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변주를 이뤄 관람객에게 풍성한 시각적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관객 소통형 설치미술도 눈길을 끈다. 화이트 메쉬 펜스 구조물 위에 뜨개 작업과 작품을 결합한 설치는 차가운 철제와 따뜻한 섬유의 감각적 대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관람객과 지역 작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 변화하고 확장되는 유기적 낙원을 표현한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철제 라인 아트 역시 강렬하다. 붉은 갈색 철판을 정교하게 타공하고 절단해 나무와 꽃, 새의 형상을 구현한 작품은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허문다. 러블랑을 찾는 관람객들은 전시 진입 부터 이미 야외 정원의 정취를 맛볼수 있다. 
 
공간 상부에 설치된 모빌 작업은 또 다른 볼거리다. 투명 필름 위에 입혀진 화려한 드로잉과 패턴은 자연광과 조명을 만나 바닥과 벽면에 다채로운 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흔들리는 형상들은 공간 전체에 생동감 있는 리듬을 부여한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서 마주치는 바다 풍경은 이번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실내에 조성된 인공 정원이 서로 겹쳐지며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또 하나의 '헤테로토피아'를 완성하는 것이다.
 
지하 1층 외벽 설치작품 '바다를 담는 거울, 비비드엘로'는 포항의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관람객의 모습을 끊임없이 반사하며 매 순간 새로운 작품으로 변화한다. 작가가 완성하는 작품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예술인 셈이다.
 
양윤정 작가는 "평면회화를 해체해 선과 색, 입체감을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낙원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의 성과를 발판 삼아 향후 광할한 공간의 확장을 타진하고 작품 내부로 들어가는 몰입형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전시가 2주 남짓 남은 만큼, 아직 전시장을 찾지 못한 이들이라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볼 만하다. 바다와 빛, 색채와 사유가 어우러진 그곳에서 관람객들은 어쩌면 자신만의 낙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