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의 꿈을 품었던 한 예술가는 부상으로 연주를 멈춰야 했지만, 음악은 끝내 그의 삶을 떠나지 않았다. 소리를 색으로 보고 선율을 풍경으로 느끼는 공감각(共感覺)의 세계 속에서 그는 다시 붓을 들었다. 
 
음악과 동양화를 함께 전공한 심민경 작가가 음악을 ‘연주하듯’ 그려낸 몽환적 산수의 세계가 오는 7월 1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라우(대표 송휘)에서 펼쳐진다.
갤러리 라우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심민경 개인전 ‘붓으로 연주하는 유토피아’는 음악과 회화가 만나 탄생한 공감각적 산수화의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음악 산수’와 ‘고양이 음악 산수’ 시리즈를 중심으로 2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심민경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동양화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개인전 12회, 단체전 32회, 국내외 아트페어 33회 등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음악을 들을 때 소리를 색채와 형태로 인식하는 공감각자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자신을 “붓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품 제목에 음악이 함께 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색채와 감정, 기억 속 풍경을 산수로 옮겨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음악을 함께 감상한다면 화면 속 세계를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겠다.전시의 중심에는 ‘음악과 그림의 심리적 화해’라는 작가의 예술관이 놓여 있다. 그는 현실에서 쌓이는 상처와 불안을 음악을 통해 정화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상상적 이미지를 동양 산수화의 형식으로 구현한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실제 풍경과 상상의 풍경이 공존하는 초현실적 산수로 읽힌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양이 역시 중요한 상징이다. 작가는 고양이를 자신의 자화상으로 삼는다. 독립적이고 사색적이며 은유적인 존재로서의 고양이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작가 자신을 대변한다. 
 
특히 ‘고양이 음악 산수’ 시리즈에서는 산과 숲, 폭포와 나무가 고양이의 몸 안에 자리하며 하나의 거대한 이상세계를 형성한다. 그 안에서 고양이는 현실의 억압과 편견을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존재가 된다.작은 고양이들도 작품 곳곳에 숨어 있다. 배를 타거나 행글라이더를 타고 산수 속을 여행하는 이 작은 존재들은 관람객 자신을 상징한다. 
 
심 작가는 "감상자가 작품 속 세계에 직접 들어와 자유롭게 유영하고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을 화면에 배치했다"고 한다. 작품을 감상하며 숨어 있는 고양이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이번 전시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심 작가가 지향하는 유토피아는 단순한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유년 시절의 순수한 기억과 자유로운 정신세계에 대한 동경이자, 과도한 경쟁과 욕망이 지배하는 현실을 넘어서는 대안적 세계다. 작가는 이를 ‘무지무욕(無知無欲)의 세계’라고 설명한다. 표현 방식 또한 독특하다. 작가는 자극적인 원색을 지양하고 나뭇결이 살아 있는 한지 위에 먹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색을 덜어낸 화면은 오히려 따뜻한 안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에게 잠시 현실의 속도를 늦추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갤러리 라우 송휘 관장은 “심민경 작가의 작품은 음악과 그림이 융합된 독창적인 공감각 산수화”라며 “질곡의 현실을 잠시 벗어나 유년의 순수함과 자유를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하고 몽환적인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