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어디를 가나 공공체육시설이 잘 건립되어 있어 건강을 찾고 여가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나라가 되었다. 그렇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진입장벽이 존재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낀다. 특히 공공 테니스장이 그렇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 테니스장에는 여러 개의 동호인 클럽들이 조직되어 있다. 테니스는 파트너가 필요한 운동 특성상, 동호인클럽에 가입하면 쉽게 어울려 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시민이 클럽 가입을 타진해 보아도 답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명확한 가입 불가 이유를 밝히지도 않는다. 아마도 실력이 부족해서, 혹은 기존 회원들과 나이나 성향이 맞지 않아서라는 등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되고 운영되는 공공 체육시설 이용이, 정작 세금을 내는 시민을 배척하는 사설 테니스장으로 변질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존 동호인들은 이미 이용상 특혜를 오랫동안 누려왔기 때문에 독점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공정 차별행위는 동호인클럽의 폐쇄성에도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부조리의 더 큰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편의주의와 방임에 있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는 시설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혹은 지역 체육계와의 관행적인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특정 클럽이나 협회에 코트 관리권을 위탁하거나 단체대관이라는 특권을 부여해 왔다. 공공이 사적 모임에 공식적인 권력을 쥐여주는 순간, 폐쇄적인 카르텔과 텃세가 싹트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자체가 사모임의 기득권을 묵인하고 승인해 준 꼴이니, 공공성의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법적 원칙이 있다.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 코트에서 벌어지는 특정 클럽의 자의적인 회원 가입 거부와 배척은 단순한 동호회 내부의 관행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평등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이다.
또한,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가 금지하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에도 해당한다. 장애 여부, 남녀노소, 혹은 실력이 뛰어난 구력자든 이제 막 라켓을 잡은 초보자든 상관없이, 이용을 원한다면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실력이나 성향을 이유로 진입장벽을 세우는 논리는 사설 코트에서나 통할 법한 이기주의일 뿐, 공공의 영역에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방치하는 것 역시 공공기관의 차별 방조이자 직무유기다.
이 고질적인 폐단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 패러다임이 전면 전환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특정 단체나 클럽에 특권을 인정하는 관행을 당장 시정해야 한다. 행정 절차 및 시설 이용 플랫홈에서 동호인 단위의 기득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공평한 지위를 가진 '시민 개인'만을 대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정 클럽에 주어지던 특혜성 단체 대관을 전면 폐지하고, 누구나 실명 인증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100% 개인 예약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행정 절차에서도 클럽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민간 위탁을 철회하고 시설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직접 투명하게 관리·감독하는 직접 책임 행정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 테니스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모든 시민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초보자에게도 평등한 운동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법적 책무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기득권의 편의 대신 헌법과 국가인권법의 정신을 선택할 때, 비로소 공공 체육시설의 진정한 민주화와 공정성이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