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남한과 북한이 따로따로 정부를 수립하고 각자 헌법을 제정했다. 이때 북한은 헌법에 수도를 서울로 명시했다. 당시 수도를 평양 대신 서울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제헌헌법 제9장(국장, 국기 및 수부) 제103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는 서울시다"고 명시했다. 수도를 의미하는 '수부'를 평양이 아닌 서울로 규정한 것은 상징적 의미만 띠었던 것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서울을 점령해 정부를 이전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사회주의 정부 수립 직후 북한 지도부는 무력 통일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결국 1950년 남한을 침략한 6·25전쟁을 일으켜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았다. 이에 반해 남한의 제헌헌법에는 수도에 관한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고, 관습 헌법에 따라 서울을 수도로 인정해 왔다. 북한은 1953년 정전 이후 분단이 장기화하자 서울이 수도라는 규정이 현실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1972년 '사회주의 헌법'을 새로 제정하면서 수도를 서울 대신 평양으로 바꿨다. 이후 북한은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선언한 '두 국가론'을 반영하면서 북한 영토를 한반도 '전체'에서 '북반부'로 축소했다. 북한이 영토 범위를 실질적인 '북한 땅'으로 자진해서 줄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런 결정에는 반드시 속셈이 있기 마련이다. 북한의 영토 조항 신설은 '수도 서울'을 포기한 것처럼 통일 조국 건설이라는 이상보다 3대 세습 체제 공고화와 정상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현실적 목표를 추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북한은 그동안 강조하던 '민족'을 내던지고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내부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선제적인 '마이 웨이' 선언으로 공을 넘긴 상황이라서 이제는 대북전략 얼개를 다시 짜야 할 판이다. '민족 통일'을 전제로 한 접근과 '두 국가' 현실을 인정하는 접근 가운데 무엇이 한반도 평화에 유리한지 공개적이고 냉정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