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 중 광주일고를 상대로 조롱성 응원 구호를 외친 사태는 단순한 응원 논란이 아니다.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재와 혐오 표현에 대한 무감각함이 드러난 사건이며, 이를 방조하거나 외면해 온 학교 체육의 민낯을 보여준 일이다.
스포츠 현장은 경쟁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고 규칙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학생선수들이 역사적 상처와 지역 정서를 건드리는 말을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외쳤다면 이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상대의 기를 꺾는다는 명분으로 조롱과 비하를 전략처럼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교육의 실패다.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녀가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승리를 위해 상대를 조롱하는 문화를 묵인했다면 그것은 응원이 아니라 방조다.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서 학생들이 존중이 아니라 조롱을 배웠다면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친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교사와 감독, 코치진의 책임은 더 무겁다. 학생선수를 지도하는 자리는 기술만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말과 행동이 상대를 모욕하는지,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자리다. 조롱성 구호가 반복되는 동안 제지하지 않았다면 교육적 책무의 방기다.
이번 사태는 학교 체육이 여전히 승리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하는 선수, 인권 보호, 폭력 예방이라는 구호는 많았지만 혐오와 조롱, 지역 비하를 막는 스포츠 윤리 교육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징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징계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는 역사와 인권, 스포츠 윤리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따라야 하고, 학부모와 지도자에게도 경기장 문화와 응원 윤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스포츠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함께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며 상대의 노력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곳이다. 배재고 사태는 학생들의 잘못을 넘어 어른들의 실패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