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관학교는 상위권 수재들이 외면하는 곳이 됐다. 3사 중 가장 선호도가 높다는 공사조차 이른바 인서울 30개 대학 중 하위권 성적이면 합격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불편한 진실도 있다. 의대 갈 성적은 안 되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사관학교를 우회로로 택하고 있다. 사관학교는 기수당 3명 안팎을 서울대 등 최상위권 의대로 위탁교육 보내는데, 이들 상당수가 의무복무만 마치고 군을 떠난다. 이런 가운데 3사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육·해·공사를 없애고 하나의 사관학교에서 공동 교육을 받은 뒤 병과를 나누는 방식이다.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불거진 육사 카르텔 문화를 이참에 깨트리려는 정치적 의도도 읽힌다. 여기에 안규백 국방장관은 입학 성적 하락을 통합 사관학교 설립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육사 독점 논란과는 별개로, 사관학교가 처한 현실은 그때와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사관학교의 추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육사의 정치 개입이라는 선입견만으로 접근하면 구조적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 지방 우수 학생은 서울로 몰리고, 명문대 졸업생조차 '동탄 이남' 직장을 기피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국군사관학교를 만들어 전남 장성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최악의 청년실업난 속에서도 장교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외면하는 마당에 교육기관이 지방으로 가면 우수 인재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지금의 논의는 사관학교를 어떻게 통합하고 어디에 둘 것이냐에만 쏠려 있다. 3사 신입생을 한 지붕 아래 뽑는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정작 젊은 인재가 기꺼이 군을 선택할 환경을 만드는 일은 뒷전인 것 같아 답답하다. 처우와 경력 인정, 전역 후 진로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 없이는 조직 개편도, 지방 이전도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3사 통폐합을 추진하더라도, 그것과 함께 장교라는 직업의 가치도 논의해야 한다. 미국 해사가 왜 높은 인기를 누리는지에서 답을 찾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