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한 폐채석장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채 발견된 택시 운전사 김 모(58·경남 창원)씨의 사망 원인 규명에 경찰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50대 남자가 마치 예수처럼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양손과 발이 십자가에 못박혀 숨친 채 발견된 것은 국내·외에서도 유례없는 엽기적인 사건"이라며 "김씨가 오래전 미등록 종교계파에 속해 잠시 목회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원한을 품은 광신도나 사이코패스(정신이상자)가 김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캐고 있다"고 전했다.
4일 문경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발견 당시 김씨는 문경시 둔덕산 8부 능선 해발 970m 지점에서 십자가 나무틀에 마치 예수가 처형당할 때처럼 다리와 목은 줄로 묶이고, 양손과 겹쳐진 두 발에 대못이 박힌 상태였다.
김씨의 시신은 흰 속옷만 입고 있었고, 오른쪽 복부엔 십자가에 달린 예수처럼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상처도 있었다.
경찰은 현재 '자살·타살·자살방조'등 여러 각도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타살의 경우를 대비해 용의자 검거에도 수사력을 쏟고 있다.
김씨는 30여 년전 서울에서 목회활동을 잠시 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기독교 계열의 확인되지 않은 미등록 계파에 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오른쪽 옆구리에 난 상처가 각도, 방향상 스스로 흉기를 이용해 찌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보였다.
또 김씨의 두 손은 공구로 구멍을 뚫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아 놓은 못에 손을 집어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건 현장에는 십자가 형태의 설계도면과 몸을 때리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찍과 나무토막, 전동 드릴도 발견됐다.
김씨가 타고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엔 텐트, 망치, 칼 등 도구와 십자가 제작하는 방법을 적은 메모지도 발견돼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십자가 설계도면과 십자가에 매달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어놓은 메모지는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드릴로 자기 손에 못을 박을 정도로 자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심리학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찰은 그러나 사망한 김씨가 기독교 신자로 추정되는데다 시신이 발견된 1일이 예수의 부활을 기리는 주간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경경찰서 김용태 수사과장은 "현재 김씨의 최근 행적 파악과 유족 및 주변인을 상대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다음주말께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순 기자
사진-4일 경북경찰은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친채 발견된 장소의 전경(왼쪽사진)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 관련 도면(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