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관광의 도시다. 관광이 중요하기에 경주시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문화관광 분야’ 꼭지는 앞쪽에 위치하여 있다. 경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자세하게 얼마인지 모르나, 이를 보면 관광 분야의 비중이 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가 문화유산을 이용해 관광 수입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고대 문화유산으로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잘못하고 있는 국가를 보면 이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임이 틀림없다. 최근 K컬처가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져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 관광에 머물렀다. 하지만 K컬처의 효과로 말미암아 외국인들이 특색있는 지역의 도시를 찾는 관광으로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경주는 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단순히 경주 시내를 걷다 보더라도 경주를 돌아보는 외국인들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불국사 등의 관광지와 황리단길뿐만 아니라 성동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에서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이 이제는 흔해졌다. 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있는 한반도, 거기에 우리나라 동쪽 끝자락에 있는 경주가 어떻게 관광 도시가 되었을까. 그것은 물론 2,0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진 신라의 역사적 유물과 그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 로마나 교토처럼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지닌, 즉 ‘신라 천 년의 서사’라는 이미지가 경주에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필요조건이기는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집트의 룩소르(Luxor)처럼 역사적 사실을 품고 있어도 그 유산이 문화관광 도시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경주가 문화관광 도시가 된 충분조건은 다름 아닌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였다. 이것이 있음으로써 가능했다. 관광의 도시 경주는 또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산업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을 이끄는 한수원 본사가 토함산 끝자락에 있다. AI 시대를 맞이하여 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이는 ‘반도체(반도체 칩과 메모리)’, ‘AI 데이터 센터(AIDC)’, 그리고 ‘피지컬 AI’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전력’과 ‘물’을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원자력발전은 양질의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AI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한수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는 경주의 발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임은 분명하다. 한수원이 경주에 위치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한수원은 2011년에 서울에서 경주로 옮겨 왔다. 즉 2011년 이전에는 경주가 에너지 산업 도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경주가 원자력발전 산업의 중심지가 된 것은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한수원이 이전하며 경주의 여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여럿 있으나, 대표적인 것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주에는 대규모의 컨벤션, 회의를 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는데, HICO가 운영됨으로써 이 어려움이 해결됐다. 비로소 MICE 도시로서 진면목을 갖추게 되었다. 중소 규모 도시로서 이러한 기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은 그 기업 자체의 고유한 산업을 성장시키지만 한편 다른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일하고, 또한 남는 시간은 논다는 두 가지 기본적인 특성이 있다. 경주는 이 두 특성을 잘 누릴 수 있는 도시다. 시대를 관통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아울러 놀 수 있는 여건을 동시에 갖춘 경주와 같은 도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흔치 않다. 산업 도시이면서 관광 도시는 어떻게 보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 산업은 첨단의 기술을 이용하는 반면, 관광 산업은 과거의 문화유산을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 산업은 미래지향적이며, 관광 산업은 과거지향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미래지향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이질감을 잘 버무리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20여 년 전, 이어령이 『디지로그』(Digilog)에서 예언한 것처럼, 우리 시대의 필수인 ‘융합과 창조 그리고 협업’이 경주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적인 일이 현재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지방 정부, 언론 및 기업들은 힘을 모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경주에 더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는 것, 모였던 사람이 만족하며 되돌아가는 것은 관광 도시이자 산업 도시가 갖춰야 할 것들이 아니던가. 이를 위해서는 도시 각각의 공동체가 잘 맞춰 끼워진 톱니바퀴처럼 기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북신문에서 에너지 산업 관련 컨퍼런스를 주최할 때 시민, 지방 정부나 관련 기업들의 도움이 없다면, 그것은 첫 발걸음을 떼기조차 힘들 것이다. 팀 마셜의 책 『지리의 힘』에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 것 또한 인간의 역사이었다. 서로가 힘을 맞대어 앞으로 나아가는 일, 그럼으로써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미래의 도시 경주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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