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 폐지하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 상품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상장 폐지 자체가 시장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위험 상품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그 부담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가량 추종한다. 상승하면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확대된다. 매일 수익률을 재설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등락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날 수 있다. 장기 보유할수록 원금 훼손 위험도 커진다.개별 종목에 레버리지까지 결합하면 위험은 커진다. 기업 실적과 공시, 돌발 악재에도 가격이 급변하고 지수형 ETF와 달리 분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장 마감 무렵 운용사의 비중 조정 거래가 몰리거나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벌어지면 개인투자자는 이중 손실을 입을 수 있다.정부가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거래 단위를 제한한 것도 이런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 구조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000만원을 보유했다고 고위험 상품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상품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로 손대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은 위험을 키울 때까지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너무 커져 없앨 수 없다’는 논리는 위험한 자기합리화다. 상품이 커질수록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해져야 한다.상장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괴리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거래를 제한하고 유동성공급자와 운용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의 영향을 줄이고 판매 과정에서 원금 훼손과 장기 보유 위험도 명확히 알려야 한다.개인투자자에게 선택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상품을 설계하고 상장을 승인하며 위험을 감독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운용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에게 모든 손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아니다.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상장 폐지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만이 아니다. 안전장치 없이 고위험 상품을 방치해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다면 그 충격은 더 오래간다. 시장 안정은 상품 규모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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