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8세 남성분을 만났습니다. 평지는 아주 가뿐하게 걷는데, 유독 계단을 내려갈 때만 되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릎이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2년 전 마라톤 대회에 다녀온 뒤로 무릎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여러 치료를 받아도 자꾸 나빠져 이제는 인공관절 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무릎 관절염 환자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 바로 이 내리막길의 공포입니다. 수술대 위에 눕기 전에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과학적인 해결책이 과연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흔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관절 입장에서 진짜 고역은 내려가는 일입니다. 오를 때는 허벅지 근육이 힘을 내어 몸을 위로 밀어 올립니다. 반면 내려갈 때는 체중이 아래로 쏠리지 않도록 근육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체중의 세 배가 넘는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무릎이 아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정교한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계단을 디디는 순간 무릎은 아주 살짝만 구부러진 상태가 됩니다. 이때 뼈가 맞닿는 면적이 오를 때의 절반 수준으로 좁아집니다. 좁은 면적에 막대한 하중이 집중되니 연골에 엄청난 압력이 꽂히게 되는 것입니다.뼈와 연골의 물리적인 손상뿐 아니라 신경계의 오작동 역시 통증의 핵심적인 원인입니다. 연골이 닳아 통증이 생기면 신경계는 마치 고장 난 화재경보기처럼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평범한 브레이크 동작조차 관절을 파괴하는 위협으로 착각하고 뇌로 아주 강한 통증 신호를 보냅니다. 너무 아프니까 몸은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미세한 근육 제어 능력을 스스로 차단해 버립니다. 부드럽게 늘어나며 버텨야 할 허벅지 근육이 덜컥거리며 힘이 풀려버립니다. 결국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뼈를 때리는 듯한 날카로운 타격을 입게 됩니다.그렇다면 수술을 결심하기 전에 일상에서 안전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작정 허벅지 근력을 키우겠다고 무거운 기구를 들거나 억지로 계단을 오르내리면 오히려 망가진 무릎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무릎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잃어버린 충격 흡수 능력을 정교하게 되살려주는 세 가지 훈련을 순서대로 실천해 보시기를 권합니다.첫 번째는 레그 익스텐션, 즉 무릎 펴기 운동입니다. 헬스장에 있는 기구를 쓰셔도 좋고, 집에서 의자에 앉아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은 상태에서 허벅지 앞쪽 근육에 힘을 주며 천천히 무릎을 폅니다. 완전히 쫙 펴기 직전까지만 들어 올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고, 그 상태로 3초 정도 버팁니다. 여기서 핵심은 다리를 내릴 때입니다. 힘을 툭 빼고 다리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들어 올릴 때보다 훨씬 더 느린 속도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체중이 실리지 않은 안전한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의 브레이크 능력을 다져주는 첫 단추입니다.두 번째는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운동입니다. 평범한 동작 같지만 엉덩이와 코어 근육까지 함께 깨워주는 아주 훌륭한 재활 훈련입니다.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 다음, 뒤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나 소파를 둡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면서 천천히 의자에 앉습니다. 이때 쿵 하고 주저앉으면 운동 효과가 사라집니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팽팽하게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엉덩이가 의자에 닿을 듯 말 듯 한 속도로 아주 느리게 내려가야 합니다. 엉덩이가 닿으면 다시 발바닥으로 바닥을 꾹 누르며 힘차게 일어납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 필요한 감속 능력을 평지에서 안전하게 연습하는 원리입니다.세 번째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스텝 다운 운동입니다. 앞의 두 운동으로 근육이 어느 정도 깨어났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낮은 계단이나 두꺼운 책 위에서 한쪽 발로 섭니다. 버티는 쪽 다리의 무릎을 천천히 구부리면서, 반대쪽 발끝이 아래쪽 바닥에 아주 살짝 닿도록 내려갑니다. 바닥에 닿자마자 체중을 싣지 않고 곧바로 원래 자세로 돌아옵니다. 무릎이 안쪽으로 흔들리지 않게 집중하면서 내려가는 데 최소 3초 이상이 걸리도록 속도를 늦추는 것이 생명입니다. 이 훈련을 꾸준히 하시면 계단을 내려갈 때 잃어버렸던 근육의 미세한 조절 능력이 놀랍게 살아납니다. 운동을 하실 때 무릎뼈를 제자리에 단단히 잡아주는 테이핑을 활용하시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근육을 훈련하는 것과 더불어 걷는 각도를 바꾸는 것도 놀라운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를 보면 발의 각도만 살짝 바꿔도 강력한 진통제를 먹은 것과 맞먹는 통증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마다 무릎 안쪽으로 쏠리는 힘을 줄여주는 최적의 발 모양이 있는데, 이를 찾아 걷는 훈련만으로 연골이 닳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었습니다. 당장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면 몸을 뒤로 돌려 뒷걸음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무릎이 감당해야 할 브레이크 역할을 크고 튼튼한 엉덩이 근육으로 넘겨버리는 매우 과학적인 전략입니다.인공관절은 현대 의학의 위대한 선물이지만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카드입니다. 영리하게 근육을 깨우고 걷는 각도를 조금만 다듬어도 원래 내 관절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무릎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시는 분이라면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오늘 말씀드린 세 가지 운동과 보행 전략들을 꼭 한번 실천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