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 2.75%인데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연 7.5% 안팎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3.50%였던 2023년 초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다. 시장은 앞으로 네 차례가량의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선반영’은 서민에게는 당장의 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실제 인상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위험을 은행은 미리 가격에 얹고, 차주는 그 불확실성까지 비용으로 떠안는 구조다.주택담보대출은 투기성 자금이 아니라 대부분 실수요자의 주거비다. 금리 상단이 7%를 넘으면 3억원을 빌린 가구는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이자 부담이 2000만원을 웃돌 수 있다. 원리금 상환까지 겹치면 월급의 상당 부분이 은행으로 빠져나간다.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를 줄여야 하고, 소비 감소는 다시 골목상권과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높은 주담대 금리는 한 가구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를 막는 구조다. 대출을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 아래 은행은 금리를 낮출 유인이 없고, 오히려 높은 금리로 수요를 억제하려 한다. 그 부담은 현금이 많은 사람보다 집 한 채를 마련하려 대출에 의존하는 무주택자와 청년·신혼부부에게 집중된다. 총량 규제가 결과적으로 금융 접근성을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화하는 셈이다. 청년의 주거 안정과 결혼·출산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정금리는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변동금리보다 비싸 차주가 위험을 감수하도록 내몰고 있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피하려 변동금리를 택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때 충격을 그대로 떠안는다. 고정금리를 택하면 이미 반영된 미래의 인상분을 지금부터 부담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서민에게 불리한 구조다.금융당국은 총량 관리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은행별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와 취약 차주에게는 별도의 금리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도 시장금리 상승을 핑계로 과도한 마진을 붙이지 않는지 점검받아야 한다. 가계대출 관리의 책임을 금리 인상으로 차주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이 서민의 삶을 압박하는 금융상품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