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하반기 국내 물가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과 환율 변동성도 수출과 내수 회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뛰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23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 여파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약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두바이유도 각각 90달러선을 뚫었다. 하루 뒤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국내 물가에도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석유류 가격과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실제 2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2%를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질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한 뒤, 8월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국내총소득(GDI), 7월 소비자물가를 제시했다. 2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 대비 0.6% 성장하면서 시장 예상을 웃돌고, GDI도 15.6% 뛴 만큼, 물가 상승세가 강하면 8월에 연속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은 가계는 물론 기업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29만6000원, 자영업자는 평균 56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도 평균 7만6000원 늘어난다.대외 여건 역시 하반기 경제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국가·경제권에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에는 12.5%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품목별 적용 여부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관세에 이어 '과잉생산 관세'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최근 1,500원 아래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와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효과 등으로 24일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로 하락했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에 따라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