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금속 내부의 미세조직 배열을 기존과 반대로 설계해 높은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은 ‘역방향 기울기 구조’를 고엔트로피 합금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부식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Corrosion Science’에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수소취성은 금속 안으로 들어간 수소가 내부 조직에 쌓이면서 금속이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을 떨어뜨리고 균열이나 갑작스러운 파손을 일으키는 현상이다.금속은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일수록 수소에 더 취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강도와 수소 저항성을 함께 갖춘 금속을 만드는 것은 수소 저장탱크와 운송 배관, 연료전지 부품 등 수소 관련 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연구팀은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하고 내부를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만드는 기존 설계 방식을 뒤집었다. 표면에는 수소취성에 강한 재결정 조직을 배치하고, 중심부에는 강도를 높이는 냉간압연 조직을 뒀다.표면의 재결정 조직이 수소가 안쪽 고강도 조직까지 도달하는 것을 줄이고, 내부의 냉간압연 조직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견디도록 역할을 나눈 것이다.연구팀은 이 같은 작용을 ‘구조적 차폐’라고 설명했다. 금속 표면에 별도의 코팅이나 보호막을 입히지 않고 미세조직의 배열만 바꿔 수소취성을 줄이는 방식이다.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표면과 내부 조직이 함께 변형되면서 강도뿐 아니라 금속이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연성도 함께 높아졌다.실험 결과 역방향 기울기 구조를 적용한 합금의 항복강도는 일반 열처리 합금보다 약 2.4배 높았다. 항복강도는 금속에 힘을 가했을 때 원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영구변형이 시작되는 강도를 뜻한다.강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수소를 주입한 뒤 나타난 연성 감소 폭은 일반 열처리 합금과 비슷했다. 기존보다 훨씬 강하면서도 수소로 인한 취약성은 더 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김형섭 교수는 “표면 코팅에 의존해 온 기존 수소취화 대응을 넘어 미세조직 자체가 능동적으로 수소를 차폐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수소 저장·운송용 차세대 합금 설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논문 제1저자인 김래언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박사과정은 “자연의 계층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역방향 기울기 설계가 강도와 연성의 상충 관계뿐 아니라 수소취성과 같은 환경 취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는 수소 저장탱크와 운송 파이프라인, 연료전지 분리판, 우주항공용 고강도 부품 등 수소와 높은 응력에 함께 노출되는 구조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