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김영삼 정부는 외화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오판하다 국가부도 위기를 불렀다. 그 대가는 국가 경제 운용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치욕과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가장들이었다. 정권은 야당으로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을 수요와 공급이 아닌 투기 문제로 접근했다. 강남과 분당, 과천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데도 "언론과 건설업자 탓"을 반복하며 규제책만 쏟아냈다. 국정 지지율은 추락했고, 정권은 야당에 넘어갔다. 반대로, 정책이 부작용을 낳자 과감히 방향을 틀어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다.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산업화의 토대를 닦았으나 중복 투자와 과잉 설비로 부실이 우려되자 1979년 투자조정에 나서 급한 불을 껐다. 전두환 정부는 이 기조를 이어받아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과 재정·금융 긴축을 추진했다. 이후 3저 호황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의도였지만, 투자 자금이 두 종목과 관련 파생상품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초유의 시장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8일 증시 불안과 관련해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우려와 중국발 반도체 충격 등 구조적 요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일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의 메시지로 적절한지 의문이다.시장 불안이 가중될 때 정부 책임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난해한 정책 설명이 아니라 투자자와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설령, 정책 자체에 오류가 없다고 믿더라도, 민심이 분노한다면 그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가 운영의 진정한 실력이다. 삼전·닉스 ETF 도입 전 70%에 육박하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가처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의 정권 재창출 실패가 증명하듯, 대통령 지지율과 정권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경제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