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으로 일할 때 가장 자주 들은 말은 “행정이 왜 내 사정을 알아주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호소였다. 법과 규정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행정은 사람마다 처한 현실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권한을 가진 기관이 국민의 사정을 듣지 않으면 제도는 보호막이 아니라 벽이 된다.나는 대구 중구에서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을 경험했다. 민원창구의 말 한마디, 공무원의 작은 태도 하나가 행정 전체에 대한 신뢰를 좌우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강한 조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힘만 사용하고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데서 생긴다는 사실이다.이러한 관점에서 95세인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의 현재 구금 상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철저히 판단해야 한다. 종교적 호불호나 사회적 논란이 법적 결론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다만 혐의를 심리하는 일과 피고인을 계속 구금하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구속은 유죄의 선고가 아니라 재판을 위한 예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행정에서는 같은 조치라도 주민에게 미칠 부담이 지나치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사법절차 역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수단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이미 자료 확보와 관계자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 지금도 구금하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는 구체적인 위험이 무엇인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 재판이 끝나기 전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발생한다면 어떤 사후 조치도 그 시간을 되돌려 놓을 수 없다.주거 제한, 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 정기 출석, 보증금과 의료관리 조건을 붙인 보석은 재판을 포기하는 선택이 아니다. 재판의 실효성을 유지하면서 생명과 건강, 방어권을 함께 지키는 행정적·사법적 해법이다. 석방은 면죄부가 아니며, 불구속 재판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도 아니다.국가기관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고 봉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이 총회장에 대한 혐의는 법정에서 끝까지 가리되, 구속 상태의 수사와 재판은 중단하고 엄격한 조건 아래 불구속 재판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공권력의 절제가 국민의 신뢰를 만들고,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는 판단이 법치의 품격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