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대표하는 명소는 어떻게 탄생할까.   거창한 랜드마크나 수천억 원이 투입된 관광시설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시민들이 매일 걷는 길 하나가 도시의 브랜드가 되고, 그 길을 배우기 위해 다른 도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더 큰 경쟁력이 된다.최근 울릉군청과 울릉군맨발걷기협회가 포항을 찾았다. 관광지가 아니라 '맨발길'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포항시가 조성한 '맨발로(路) 40선'을 직접 걸어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시민들은 왜 이 길을 좋아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맨발걷기는 일부 동호인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정책이 됐다. 포항은 그 흐름을 가장 먼저 읽고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도시 가운데 하나다.생각해 보면 맨발길은 거창한 시설이 아니다. 기존 숲길과 해안길, 공원과 수변공간을 조금만 손질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한 공간을 시민의 건강과 관광,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콘텐츠로 만든 것은 행정의 기획력이었다.포항은 송도솔밭 도시숲을 비롯해 생활권 곳곳에 맨발길을 만들었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걸었다. 걷는 사람이 늘어나자 주변 상권에도 사람이 모였다. SNS에는 맨발 인증 사진이 올라왔고, 입소문은 다른 도시로 퍼져나갔다.그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안산시와 장수군, 인천시설관리공단, 울릉군은 물론 울산·경산·경주 등 전국의 지자체와 맨발걷기 단체들이 포항을 찾고 있다.정책은 결국 다른 도시가 배우러 오기 시작할 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벤치마킹은 최고의 성적표다.   사실 지방정부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관광객을 늘리고 싶고, 시민 건강도 챙기고 싶으며, 지역경제도 살리고 싶다. 하지만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은 많지 않다.맨발길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건강과 관광, 환경, 공동체를 함께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특히 포항은 단순히 흙길만 조성한 것이 아니라 '맨발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길을 하나의 정책으로 끝내지 않고 도시 이미지를 담는 콘텐츠로 확장한 것이다.여기에 시민 참여도 더해졌다.   행정이 길을 만들고 시민들이 이용하며 맨발걷기협회가 문화를 확산시키는 민·관 협력 모델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지속가능한 정책은 결국 시민이 함께할 때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물론 과제도 있다. 맨발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려면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흙의 상태와 배수시설, 위생관리, 계절별 유지보수는 기본이다. 안전사고 예방과 이용객 편의시설 확충도 꾸준히 뒤따라야 한다.무엇보다 '40선'이라는 숫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코스마다 스토리를 입히고, 해안과 숲, 역사와 문화를 연결한 걷기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 카페와 음식점, 숙박시설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할 때 비로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도 완성될 수 있다.도시 경쟁력은 이제 얼마나 높은 건물을 세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누군가는 맨발길을 단순한 산책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국 지자체가 포항을 찾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 길이 이미 하나의 도시 브랜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시민이 매일 걷는 길이 도시의 얼굴이 되고, 다른 도시가 찾아와 배우는 정책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행정 아닐까.포항의 '맨발로'는 오늘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이제는 그 발걸음이 포항을 넘어 대한민국 걷기 문화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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