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리가 내리기도 전에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낸 들녘처럼, 경기도의 곳간이 서글픈 참상을 드러냈다. 
 
경기도 재정이 결국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 발표와 함께 공식 선언된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세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채 발행 한도의 99.6%인 9,430억 원을 소진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유지했던 '착시된 풍요'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비극적 단면이다.수년간 경기도를 지배해 온 선심성 재정 집행의 실체가 마침내 백일하에 드러났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 세대의 고혈을 쥐어짜 빚을 내고 돈을 퍼붓는 정치에 대중은 환호했고, 그 파멸의 가속페달은 멈추지 않았다. 미래에 몰려올 파국을 외면한 채 당장의 달콤한 환각에 도취해 있던 잔치는 이제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라는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역설적이게도 이 비참한 실상을 세상에 공개하고 비상을 선언한 이는 전임자들과 같은 당 소속의 추미애 경기도지사다. 도정을 맡아 재정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곳간이 비었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던 그 비명은, 그동안 감춰져 있던 포퓰리즘 도정의 참상을 자인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같은 진영 내에서조차 감추지 못할 만큼 곳간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쳐버렸다.비단 경기도만의 일인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파탄은 국가적 위기의 경고음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작은 균열을 땜질식 지방채 발행과 기금 동원으로 방치한 결과, 이제는 온몸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거대한 재정 절벽의 포효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노인 복지, 학교 급식, 대중교통 지원 등 필수 민생 예산마저 연말까지 견디지 못하고 잘려 나가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수사에 현혹되었던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가혹하다.국민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다 한들, 피눈물 속으로 사라진 기회와 빚더미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남긴 잿더미 위에서 나라 곳곳의 신음소리가 깊어지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차갑고도 엄혹하다. 선심성 정치의 끝이 결국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무너진 경기도의 곳간이 우리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