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를 돌아보면 군기 해이에 따른 군사력 약화로 무너진 나라들이 적지 않다. 청(靑)의 청일 전쟁 참패, 명(明)의 패망, 서로마제국 소멸도 무기 열세가 아니라 군기 해이와 안보의식 결여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한다. 이처럼 국가 생존에 직결된 군의 기강은 외형적 전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 속에서 거듭 증명됐다. 그런데 최근 우리 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군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절대 있어선 안 될 군기 사고들이 적잖이 잇따랐다. 특히 서부전선에서 북과 대치한 1군단에서 실탄을 장전하지 않고 경계 근무를 섰다는 건 귀를 의심케 할 만큼 충격적이다. 지난 1월 강원도 한 사단에선 총 대신 삼단봉을 들고 위병소 근무를 서게 한 일도 있었다. 기술적으로 전쟁 중인 나라의 최전선에서 적을 즉각 제압할 수단을 배제한 채 보초를 선다면 후방의 국민이 불안해서 잠이라도 잘 수 있겠나.문제의 1군단에선 최근 한미 연합훈련 중인 미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할 뻔한 아찔한 일도 있었다. 미군은 사전 통보했지만, 우리 측 실무자가 보고를 누락하면서 동맹을 훼손할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 얼마 전 포항 해병대 영외숙소에서 간부가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고, 지난 4월 용산 국방부 영내에서 부사관이 일과 시간에 사망한 채 발견된 일도 심상치 않은 징후다. 엄격히 통제돼야 할 총기·탄약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났고, 영내 안전 및 복무실태 관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사건들이다.국가 안보를 책임진 군에서 어이없는 사건·사고가 잦아진 건 국민 전체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이 정도면 과거 남베트남의 군기 문란 비극이 먼 세상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경계심을 환기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더 큰 사고를 경고하는 전조 증상일지 모르니, 군 기강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다잡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란 단위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우리 군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더 깊이 자각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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