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자꾸 두근거립니다.”“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습니다.”“숨이 차고 답답합니다.”그런데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합니다.이런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는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증상을 ‘자율신경실조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터넷 건강정보나 일상에서도 이 표현은 흔히 사용된다. 자율신경은 심장박동, 혈압, 호흡, 체온, 소화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계다. 따라서 자율신경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두근거림, 어지럼, 숨이 답답한 느낌, 식은땀,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이러한 증상을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특정한 하나의 질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일이다.먼저 신체질환을 살펴보아야 한다. 부정맥을 비롯한 심장질환, 빈혈, 갑상선질환, 당뇨병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실제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검사를 통해 증상의 신체적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하지만 필요한 검사에서도 증상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 증상이 계속된다면,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의학적 질환도 함께 살펴야 한다.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공황장애다. 갑자기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히며,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면서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 심장에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공황발작과 함께 자율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범불안장애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일상의 여러 문제에 대한 걱정과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서 몸도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한다. 그 결과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어깨와 목의 긴장, 두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또한 신체형자율신경기능이상에서는 자율신경 증상과 함께 특정 장기와 관련된 불편감이 반복되지만, 검사에서는 이를 충분히 설명할 만한 신체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다.결국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신체질환이 자율신경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불안과 스트레스 역시 자율신경을 통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몸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를 따로 나누기보다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라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부담을 느끼거나, 정신질환이라는 진단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설명은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증상이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에서 비롯될 가능성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편안한 이름에 머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을 찾는 일이다.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를 단순한 ‘자율신경 문제’로만 생각하면, 필요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몸이 보내는 신호는 결코 거짓이 아니다. 다만 그 증상이 신체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몸의 원인을 놓치지 말아야 하듯, 마음의 원인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증상의 이름에 머무르지 않고, 그 원인을 이해해 필요한 치료로 이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