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고령은 다채롭다. 주산 능선의 고분들은 1500년 전 대가야의 시간을 품고, 대가야생활촌에는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가득하다. 고즈넉한 한옥에는 붉은 배롱꽃이 피고 미숭산 숲길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고령에서는 고대 왕국 대가야의 역사와 임진왜란 의병장의 충절, 세계유산의 가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야외 유적과 실내 전시관, 물놀이장과 자연휴양림을 연결하면 가족과 역사 여행객, 사진 애호가까지 저마다의 여름 일정을 꾸릴 수 있다. ◆ 초록 능선에 펼쳐진 704기 고분고령 여름 여행의 출발점은 대가야읍을 내려다보는 지산동고분군이다. 주산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분이 펼쳐져 푸른 잔디와 짙은 숲,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다.지산동고분군에서는 704기의 봉토분이 확인됐다. 길이 약 2.4㎞, 너비 약 1㎞에 걸쳐 분포한 가야권 최대 규모의 고분군이다. 4세기 말부터 6세기 중엽까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무덤의 크기와 위치는 대가야의 정치·사회적 위계를 보여준다.지산동고분군은 다른 6개 고분군과 함께 ‘가야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지산동 44호분은 지름이 동서 약 27m에 이르는 대형 고분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순장 흔적이 확인된 대가야의 대표 유적이다.고분군은 햇볕이 강한 한낮보다 오전이나 해 질 무렵 둘러보는 것이 좋다. 능선에 오르면 대가야읍과 주변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 무덤 안에서 만나는 대가야의 역사지산동고분군 아래에는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자리한다. 야외 유적을 둘러본 뒤 더위를 식히며 대가야의 역사를 살펴보기 좋다.대가야박물관에는 고령지역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와 철제 무기, 갑옷, 장신구 등이 전시돼 있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실제 크기로 재현해 무덤방과 순장곽의 배치, 장례문화를 보여준다.오전에는 고분군을 걷고 기온이 오르는 시간에는 박물관과 전시관을 관람하면 한여름에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역사와 물놀이를 한자리에서대가야생활촌은 대가야의 가옥과 생활공간을 재현한 체험형 관광지다. 당시의 주거와 복식, 놀이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알맞다.이곳에서는 이달 17일까지 물놀이장과 바닥분수를 무료로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시간 45분 운영한 뒤 15분간 휴식한다.‘2026 고령 대가야 바캉스’ 특별행사는 이달 9일 끝났지만 물놀이장과 바닥분수는 17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인근 대가야박물관과 연계하면 물놀이와 역사체험을 함께 즐기는 하루 일정이 완성된다. ◆ 배롱꽃 사이로 되살아난 의병장의 충절고령군 쌍림면 고곡리 김면장군유적지는 여름이면 붉은 배롱꽃으로 물든다. 오랜 배롱나무와 한옥, 기와지붕이 어우러져 지산동고분군과는 또 다른 역사 풍경을 보여준다.김면 장군은 1541년 고령에서 태어난 학자이자 의병장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령과 거창 등에서 의병을 모아 전투를 이끌었으며 곽재우, 정인홍과 함께 경상우도를 대표하는 의병장으로 꼽힌다.유적지에는 김면 장군을 기리는 도암서원과 신도비, 상평루 등이 자리한다. 7∼8월이면 수십 그루의 배롱나무가 꽃을 피워 한옥과 숲을 붉게 물들인다.이곳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관아 장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여러 사극의 배경으로도 활용돼 역사유적과 영상문화가 만나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 숲이 건네는 여름 쉼표대가야읍 신리 미숭산 자락에 있는 미숭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과 산책로, 숙박시설을 갖춘 고령의 대표적인 산림휴양 공간이다.나무가 햇빛을 가리고 골짜기를 따라 바람이 불어와 한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정상을 향하기보다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황토집을 비롯해 산책로와 등산로 등이 마련돼 있다. 숙박시설은 숲나들e를 통한 사전예약이 필요하며 성수기에는 예약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낮에는 고령의 역사유적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숲에서 쉬는 1박2일 여행으로 연결하기 좋다. ◆ 하루부터 1박2일까지 이어지는 고령 여행고령은 주요 관광지가 비교적 가까워 이동 부담이 크지 않다. 당일 여행은 오전에 지산동고분군을 걷고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을 관람한 뒤 대가야생활촌에서 물놀이와 체험을 즐기는 일정이 알맞다. 김면장군유적지를 더하면 역사와 사진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1박2일 일정은 첫날 지산동고분군과 박물관, 대가야생활촌을 둘러보고 미숭산자연휴양림에서 묵은 뒤 이튿날 김면장군유적지와 전통시장 등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세계유산의 초록 봉분과 붉은 배롱꽃, 물놀이장의 푸른 물결과 미숭산의 짙은 녹음이 여행길마다 다른 풍경을 만든다. 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만나는 고령의 여름은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천천히 머물 때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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