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목초 사육·저탄소 등 지속가능성 라벨이 붙은 고기가 미국 소매시장에서 일반 제품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생산에 들어간 추가 비용과 소비자가 인정한 환경적 가치가 실제 시장가격에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인문사회학부 정진호 교수는 미국 농무부와 퍼듀대, 오클라호마주립대 연구진과 함께 미국 온라인 식료품점의 육류 가격을 분석해 지속가능성 라벨에 붙는 가격 프리미엄을 확인했다.연구 결과는 12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유기농과 목초 사육, 온실가스 저감, 비유전자변형(Non-GMO) 등의 라벨은 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생산자에게는 친환경 생산에 추가로 들어간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고 일반 제품과 차별화하는 수단이다.그러나 기존 연구는 친환경 고기에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이나 가상 선택 실험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소매시장에 형성된 가격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라벨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연구팀은 웹스크래핑을 활용해 2022년 9월 미국 47개 주와 워싱턴DC의 342개 우편번호 지역에서 운영되는 20개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의 온라인 육류 정보를 수집했다.분석한 가격·상품 정보는 모두 75만3368건이다. 소고기 42만5761건, 닭고기 19만6450건, 돼지고기 13만1157건이 포함됐다.연구팀은 고기 부위와 제품 유형, 유통업체, 판매 지역, 판촉 여부 등에 따른 가격 차이를 통제한 뒤 유기농과 목초 사육, 저탄소, 비유전자변형 등 개별 라벨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해 분석했다.가장 높은 가격 프리미엄은 비유전자변형 돼지고기에서 나타났다. 비유전자변형 라벨이 붙은 돼지고기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평균 98.57% 비쌌다. 목초 사육 돼지고기는 62.90%, 유기농 돼지고기는 43.33%의 프리미엄을 보였다.저탄소 라벨의 가격 효과도 뚜렷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는 라벨이 붙은 소고기는 일반 소고기보다 68.70%, 닭고기는 일반 닭고기보다 64.70% 비쌌다.소고기는 목초 사육 제품이 32.97%, 유기농 제품이 32.57%, 비유전자변형 제품이 24.60%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닭고기는 목초 사육 16.88%, 유기농 7.29%, 비유전자변형 7.15%의 프리미엄을 보였다.연구팀이 살펴본 라벨 가운데 소고기의 글루텐 프리 제품만 일반 제품보다 14% 낮은 가격을 나타냈다. 이를 제외한 모든 라벨은 고기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했다.특히 외관만으로는 생산방식을 확인하기 어려운 저탄소와 비유전자변형 제품에도 높은 가격이 매겨졌다. 연구팀은 소비자들이 제품 자체뿐 아니라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생산방식의 가치를 가격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같은 라벨이라도 고기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는 컸다. 유기농 돼지고기의 프리미엄은 43.33%였지만 유기농 닭고기는 7.29%에 그쳤다.연구팀은 미국의 일반 양돈산업이 고도로 효율화돼 있어 목초 사육이나 유기농 등 특수한 생산방식으로 전환할 때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생산비 증가와 소비자가 부여하는 가치가 함께 작용하면서 돼지고기의 가격 프리미엄이 커졌다는 설명이다.다만 저탄소 라벨 제품은 소고기 자료의 0.35%, 닭고기 자료의 0.12%에 불과했다. 비유전자변형 돼지고기도 전체 돼지고기 자료의 0.19%여서 개별 프리미엄의 정확한 크기는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이번 연구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에 투입한 비용을 시장에서 회수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품목별 가격 프리미엄을 생산방식과 제품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정진호 교수는 “이 방법은 다른 품목이나 국가로도 확장할 수 있어 한국 식품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다만 한 달간의 자료에 기반한 만큼 계절과 판촉 주기를 반영한 시계열 분석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미국 농무부 국립식품농업연구소의 해치 사업과 미국 농무부 경제조사국의 협력연구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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