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일으킨 충격파에 한미 동맹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 지시했고, 하루 뒤엔 자신의 대화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답했다며 대화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들이다. 혈맹과의 연례 훈련 규모를 갑자기 줄이고 해당 훈련에서 적으로 상정한 대상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동맹국에 불만을 드러냈으니 누가 보더라도 이상 신호다. 트럼프 언행의 속내는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일단 축소하고 중단 가능성까지 열어놓아 남북한 모두 향후 미국의 행보를 변수로 주목하게 했다. 북한에 손을 내밀며 혈맹 한국을 압박했지만, 사실 북한에도 좋은 말만 한 건 아니다.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뒤집어 보면 '지금처럼 도발 없이 얌전히 순응하는 게 살길'이란 협박일 수도 있다. 한국에게는 동맹을 돕는 의무를 소홀히 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한 양쪽을 압박하며 한반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지정학적 지각변동 조짐이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조만간 북미 대화와 협상이 본격화해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고,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까지 거론한 만큼 양쪽 모두 한국을 배제하고 직거래를 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게 현실이 되면 우리 이해관계는 반영되기 어려워진다. 미국은 한국과 연합훈련은 축소하지만, 다른 동맹인 일본, 필리핀과는 오히려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우리에게 생명줄인 한미 동맹은 미국에도 여전히 중요한 게 사실이다. 최우선 목표인 중국 견제를 위해선 전진기지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 하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북한을 우군으로 얻는다면 완전히 판이 달라진다. 한국은 전략 가치 없는 완충지대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은 우리가 소외된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는 대가로 정상적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우(杞憂)조차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치밀한 정보 수집과 정교한 대응으로 위기가 오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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