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2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직접 만나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 온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별도의 대면 절차 없이 서면으로 제청이 이뤄졌기 때문이다.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각각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번 제청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인선이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상당 기간 지연됐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 제청을 미루면서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이후 대법관 공백이 이어졌다.이번 서면 제청을 두고 여권에서는 청와대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제청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 대신 다른 후보를 선호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대법원과 대통령실 사이의 이견이 표면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이번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번져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군다나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으로 공석이 발생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나서 후임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면서 최소한의 소통이 없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더불어민주당에서도 조 대법관을 향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조 대법원장은) 오늘 오전 청와대 방문 약속도 취소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만나지도 않고 서류로 통보하듯 제청했다"며 "역대 대법원장은 임명권자를 직접 찾아 제청해 왔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이자 헌법기관 사이 존중의 표시였으나, 조 대법원장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을 패싱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저는 이미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말씀드렸다. 오늘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제2사법쿠데타, 내란재판 무력화를 도모하는 것인가. 윤석열을 부활시키고, 김건희를 석방하려는 것인가"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209일간 대법관 제청을 미루더니 이제는 대통령마저 패싱하며 법사위 전체회의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하나"라며 "내일 국민을 대신하여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의 제청 이후 대통령의 임명 절차와 국회 동의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이번 사태는 단순한 대법관 인선을 넘어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인사 협의 관행,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범위,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법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인선 절차가 재개됐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 과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