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으로 그간 대법관 인선에서 이어져 온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밀실 합의'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의 본질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느냐가 아니라, 대법관 인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려운 현행 구조 자체를 그대로 둘 것인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대법관 수 증원을 앞두고 특정 권력자의 의중에 좌우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인선은 후보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이들 가운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 가운데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으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실제 과정을 들여다보면 추천위원회 이후 청와대와 사법부가 최종 제청 후보를 놓고 물밑 조율을 거쳐 제청·임명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에는 양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고, 이런 과정에서 '밀실 합의' 관행도 고스란히 드러났다.현행 대법관 인선 방식의 뼈대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만들어졌다.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던 과정을 제외하면서 독재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1987년 개헌으로 국회 동의권이 추가됐지만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이 집중된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현행 방식은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의사가 충돌하면 조정하는 방법이 없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며 "서로 자기 의사를 고집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를 바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누가 이기나 보자'고 하는 게 지금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편향된 대법관을 임명하고자 할 때 이를 사실상 막을 장치가 별로 없는 게 현행 구조의 문제점"이라며 "사법부 신뢰를 약화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특히, 대법관 증원법으로 향후 대법관 수가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절차를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 대안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실질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헌환 교수는 "전체 국민 의사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추천위를 구성한다면 추천된 후보에 대해선 대법원장은 형식적 제청권만 가지고 대통령도 국회 동의만 있다면 임명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며 "제청과 임명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구체적으로는 추천위가 현재처럼 제청 인원 3배수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는 대신 1∼2배수의 후보로 압축하고, 대법원장은 추천위 결정에 기속돼 그중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개헌을 통해 근본적으로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차진아 교수는 "헌법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삭제하고 대통령의 임명권도 형식적으로 만들어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든 대법관을 국회에서 선출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게 해야 한다"며 "대법관 인선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사법부 코드인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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