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법제화가 마무리되면서 대한민국 수사권력의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한 기관에 집중됐던 권한을 나누고 권력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검찰의 권한을 줄인 자리에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다면 개혁은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단순한 이동에 그칠 수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앞으로 국가기구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찰개혁 기구 구상을 주문한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수사 개시부터 강제수사, 사건 종결에 이르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경찰은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권력기관이다. 권한이 커질수록 통제와 책임 역시 더 무거워져야 한다.경찰개혁의 첫째 원칙은 민주적 통제다.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은 막되, 경찰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폐쇄적 조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독립적인 외부감찰과 시민 참여형 통제장치, 실효성 있는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수사권 남용과 사건 축소·은폐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경찰개혁 기구 역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설계하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둘째는 지휘책임 강화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선 경찰관 몇 명을 징계하는 방식으로는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다. 지휘권을 행사한 간부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분명히 묻고, 반복되는 부실수사나 인권침해에는 지휘라인까지 책임지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한 ‘권한만큼 책임’이 경찰 조직 내부에서 실제 작동해야 한다.셋째는 수사 전문성과 인권보호의 동시 강화다. 경찰권 확대가 곧 수사역량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강력·경제·사이버·마약범죄 등 전문 분야의 인력과 교육을 확충하고, 강제수사 과정의 내부 심사와 사후 검증도 촘촘히 해야 한다. 수사의 효율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원칙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검찰개혁은 검찰이라는 한 기관을 약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 권력이 서로 견제하고 어느 기관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걷어낸 뒤 경찰에 또 다른 거대 권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개혁의 시선은 경찰로 향해야 한다. 더 강한 경찰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책임지는 경찰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검찰개혁 이후 권력기관 개혁을 완성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