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논란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 폐지론을 다시 제기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사법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거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법행정 관련 주요 사항은 별도의 합의제 기구에서 결정하게 하고 법원에는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만 둬서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주도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도 담긴 내용이다.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 계류 중이다.개정안은 사법행정위가 법원행정처를 대체해 법원의 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 전반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장관급인 위원장은 전현직 법관이 아닌 위원 중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총 13명의 위원 중 3명은 상임직으로 두는데 1명은 법관, 2명은 법관이나 검사가 아닌 위원이 맡도록 했다.법원행정처 개혁론은 사법부 쇄신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왔다. 행정처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김승원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이런 불합리와 불법을 행했다"며 "대법원장 기동대 역할을 했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이들에게 연락해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구상을 제안했다는 사실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법원조직법상 기구인데 여기서 내려진 결정을 법원행정처장이 뒤집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든 사법조직이 내 손 안에 있다는 입장과 다름없다"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인사·예산 같은 주요 사법행정 사무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는 절반가량을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고 사법정책이나 기획은 사법정책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에 넘기면 된다는 제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지난 20일 성명을 내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입맛대로 추천 후보를 바꾸고 임명까지 관철하려고 한 행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이고 독점적인 지위와 권한에 기초한다"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법행정기구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그러나 사법부를 중심으로는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헌법 101조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하고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도 포함되므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사법행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 일각에선 민주당이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숙고 없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거론해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로부터 사법행정권을 박탈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라며 "위헌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