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물 2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물 마시는 앱을 쓰는 분도 있고, 책상 위에 500밀리리터 생수를 네 병 올려 두고는 오후가 되도록 절반도 못 비웠다며 서둘러 들이켜는 분도 있습니다. 저도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2리터라고 답해 왔는데, 정작 그 숫자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지금까지 나온 권고는 대개 설문조사와 소규모 실험실 연구에 기대어 만들어졌습니다. 어제 물을 몇 잔 마셨느냐고 물어 답을 모으는 식이지요.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부정확하고, 음식에 든 물까지 계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2리터라는 숫자도 확실한 기준이라기보다, 오래 반복되며 굳어진 관습에 가깝습니다.
2022년 한 연구진이 접근을 달리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었습니다. 참가자에게 중수소(重水素)로 표지한 물을 마시게 한 뒤, 그 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를 따라갔습니다. 하루에 몸이 쓰는 물의 총량을 직접 잰 것입니다. 생후 여드레 아기부터 아흔여섯 살 노인까지, 26개국 5,600여 명의 자료를 모았습니다. 이만한 규모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을 실제 재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성인 남성은 하루 4.3리터, 여성은 3.4리터를 썼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평균이 아니라 그 폭입니다. 적게는 하루 1리터, 많게는 6리터였고, 10리터에 이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근육이 많을수록, 몸을 많이 쓸수록, 날이 더울수록 물을 더 많이 썼습니다. 나이가 들면 쓰는 물이 줄어듭니다. 일흔을 넘긴 남성은 하루 3.1리터, 여성은 2.8리터로 서른 무렵보다 적게 씁니다. 흥미로운 것은 계절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도 에너지를 쓰는 양은 그대로인데, 물은 더 많이 썼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쉽습니다. 몸이 쓰는 물과 마셔야 할 물은 다릅니다. 하루에 4리터를 쓴다고 해서, 그 4리터를 모두 마셔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300밀리리터쯤은 몸속에서 영양소를 태울 때 저절로 생깁니다. 이것을 대사수(代謝水)라고 합니다. 밥과 국, 과일에도 물이 들어 있어 적지 않은 양이 음식으로 들어옵니다. 잔에 따라 마시는 물은 그 나머지일 뿐입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루 여덟 잔이라는 권고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입니다.
다만 연구진도 참가자들이 실제로 물을 충분히 채우며 살았는지까지 재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쓰는 양이 곧 마셔야 할 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몸집과 근육, 활동량, 계절과 나이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숫자는 애초에 없습니다.
그러니 물병의 눈금을 채우는 일에 매달릴 필요는 없겠습니다. 오늘 얼마나 움직였는지, 날이 얼마나 더운지,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니, 어르신들은 목이 마르기 전에 미리 한 잔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며 소변 색을 한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옅은 레몬빛이면 충분히 마신 것이고, 진한 노랑에 가까우면 한 잔 더 드시면 됩니다. 물처럼 맑다면 너무 많이 마신 것입니다. 답은 2리터라는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보낸 내 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