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대형 실험실의 값비싼 분석장비 없이 작은 칩과 카메라만으로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나 DNA를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비싼 분광기 대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극미량의 생체분자를 검출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바이오센서는 몸속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등 질병과 관련된 물질을 찾아내는 장치다. 감염병 검사나 암 표지자 검출, 유전자 분석 등에 활용된다.기존에도 빛을 이용해 이런 생체분자를 찾아내는 센서는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생체분자가 센서에 붙으면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빛의 변화를 측정하려면 고가의 정밀 분광기와 큰 광원이 필요했다. 센서 자체는 작게 만들 수 있어도 전체 검사장비는 크고 비싸 실험실 밖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분광기의 역할을 카메라가 대신하도록 했다.핵심은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 구조를 촘촘하게 만든 특수한 칩이다. 칩의 위치마다 조금씩 다른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피아노 건반마다 서로 다른 음을 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이 칩에 작은 레이저를 비추면 특정 위치에서 빛이 통과하지 못하면서 카메라 영상에 어두운 선이 나타난다. 단백질이나 DNA 같은 생체분자가 칩 표면에 붙으면 이 어두운 선의 위치가 미세하게 움직인다.연구팀은 카메라로 이 움직임을 촬영한 뒤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분석해 생체분자가 붙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빛의 변화를 복잡한 분광기로 측정하는 대신 카메라 화면 속 선의 움직임으로 읽어낸 것이다.검출 성능도 확인됐다.연구팀은 머리카락 몇 가닥 굵기에 해당하는 3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영역에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단백질과 DNA 실험에서는 수백 피코몰 수준의 극미량 물질까지 검출했다. 특정 유전자 서열을 가려내는 것도 가능했다.이번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장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크고 비싼 분광기와 광대역 광원 대신 작은 레이저와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어 휴대형 검사장비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기술이 실용화되면 감염병 진단과 암 표지자 검출, 유전자 분석, 피 한 방울 등을 이용해 질병 관련 물질을 확인하는 액체생검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대형 장비가 있는 실험실로 검체를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어 검사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다만 곧바로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단계는 아니다. 실제 의료기기로 사용하려면 다양한 환자 검체를 이용한 검증과 센서의 안정성 확보, 대량생산 기술 개발 등이 더 필요하다.노준석 POSTECH 교수는 “메타표면의 높은 광학 감도와 카메라 기반 영상 판독의 단순성을 결합해 기존 분광기 기반 바이오센서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앞으로 소형화와 저비용화가 가능한 현장진단형 바이오센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