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수년간 떠받쳐온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시대가 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며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유동성 잔치는 끝났고 차가운 긴축의 계절이 다가왔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충격 속에서 세계 경제 거인 중 하나인 일본마저 수십 년간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를 벗어난 건 글로벌 긴축의 시작을 상징한다.문제는 글로벌 긴축의 충격이 우리에게 조금 더 가혹할 가능성이다. 국내외에서 지적해온 유동성 과잉과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 긴축 기조가 본격화했을 때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볼 부분들이 적지 않다. 먼저 실물경제 양극화가 약점이 될 수 있다. 또 금리 인상은 소비심리 냉각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여전해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사라지지 않으니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은 전형적인 개방경제 체제라는 점에서 독자적 통화완화 정책을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에 든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정교하고 실수 없이 적용해야 한다. 세계적 긴축 국면에선 자본 유출 위험도 상존한다. 여기에 대비하려면 국가 신용도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할 방파제를 튼튼히 쌓아놔야 한다. 외화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시장 안정화 장치도 상시화해야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정부 정책 수단도 각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분리 운용돼야 한다. 살다 보면 어차피 겨울은 온다. 이를 어떻게 감내하고 관리하는지 차이가 봄까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유동성 거품이 있었다면 차분히 걷어내며 추위를 이겨낼 방법을 하나씩 마련해 가는 수밖에 없다. 재정 및 금융 당국은 미봉책을 지양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면서 체력을 키울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 한국 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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