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농장에서 지난 24일 주검으로 발견된 고(故) 장미란 씨의 실종 허위종결 혐의를 받는 제주의 현직 경찰관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놀랍지만, 거짓 종결 뒤 경찰 내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목록에서 이를 아예 삭제한 일탈행위가 이뤄졌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부실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 라인인 팀장과 과장, 서장 등 누구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경찰은 범죄 의심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서장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실종 수사 체계를 개선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제주 실종사건 부실 수사와 관련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부도 미비점을 보완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국민의 안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니 개선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형사사법체계 개혁을 추진하면서, 견제받지 않는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인한 피해 발생 우려는 이미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권 박탈에만 매진하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는 경찰 운용 시스템 개선에는 공을 들이지 않았다. '공룡 경찰' 출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사건들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경찰 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번 사건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에 사법경찰권이 더욱 집중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경찰 내부 통제와 외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정치권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열중하는 동안에도 국민의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 경찰은 철저한 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정치권도 실효성 있는 외부 감시 기구나 수사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 등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대책 마련에 국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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