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 화산 정상에서 학자들과 정계 인사, 시민들이 참석해서 빙하를 위한 장례식을 치르고 그 자리에 아카 빙하 추모비를 설치했습니다. 아이슬란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불(화산)과 얼음(빙하), 게이시르(간헐천)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오크 화산에 있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급격하게 녹아 움직임을 멈추자 2014년 지질학자들은 이 옥요쿨 빙하에 공식적 사망 선고를 내렸습니다. 
 
빙하로서의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지요. 그 후 2019년에 환경운동가, 학자, 시민 등이 빙하 장례식을 치르고 그 자리에 아카 빙하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비문에는 당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최고치인 415ppmCO2를 새겨 인간 활동이 불러온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경고합니다. 며칠 전 네팔에 홍수가 났다는 소식을 전하는 TV 화면을 보며 놀랍고 두려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골짜기를 집어삼킬 듯 무서운 속도로 몰려오는 바위와 흙이 섞인 급류가 글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의 집, 건물, 농지, 심지어 철제 교량까지도 성냥개비로 만든 모형인 듯 휩쓸어 가버린 자연재해 앞에서 전율이 일었습니다. 이 일로 3천 7백 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기고 이 숫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걱정이 큽니다. 
 
현지에서 수력발전소를 짓고 있던 우리나라 건설사 직원도 아홉 명이 현재 실종 상태라고 합니다. 또 네팔뿐 아니라 티베트에서도 홍수가 일어나 네팔과 중국의 국경 검문소가 성난 토석이 섞인 물살에 휩쓸리면서 건물만이 아니라 도로, 통신망, 전력이 모두 차단되었고 2차적으로 생긴 댐이 무너지며 또 홍수가 일어 네팔 피해 구조 작업도 원활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 홍수 소식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홍수가 일어난 원인입니다. 보통은 엄청난 폭우가 내려 홍수로 이어지는데 당시 네팔에는 큰비 소식이 없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와 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빙하를 단단하게 고정하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느슨해진 빙하와 산괴(山塊)가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자연호수로 떨어지며 생긴 연쇄작용을 홍수의 원인으로 제시합니다.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네팔과 티베트에서 일어난 재해는 오래 전에 이미 예견된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히말라야에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가 고여 만들어진 빙하호가 수천 개가 되며 이 중 수십 개가 언제 넘칠지 모르는 임계점에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붕괴된 빙하나 산덩어리가 떨어지면 넘쳐난 물이 토사가 만든 둑을 무너뜨리는 구조가 이번과 같은 대규모의 사고를 발생시키는데, 결국 근본 원인은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빈번해질 것이 걱정입니다. 이번 여름은 지금까지의 어떤 여름보다 뜨겁고 메말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42℃가 넘는 곳이 생겼고 유럽과 호주와 북미에서 자연발화한 산불은 꺼질 줄 모르고 번졌습니다. 가뭄도 심각하여 강과 호수가 말라 바닥이 드러난 곳에 오래 전에 침몰했던 배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상공에 버티고 있던 뜨거운 기단 때문에 벌써 3년 째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 갔습니다. 
 
우리 세대 안에서 이런 재앙 수준의 변화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기후온난화,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생물종의 소멸 같은 무서운 현상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재앙이 이 세대 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입으로는 생활 속 탄소 줄이기를 주장하면서 실생활에서는 삶의 패턴을 바꾸지 못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지요. 빙하는 히말라야 외에도 극지방,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파타고니아 등 지구 곳곳에 있는데다가 그 빙하들도 기후 변화 앞에서는 예외가 없습니다. 남극의 두꺼운 빙하 아래에는 엄청난 메탄하이드레이트(고체 메탄)가 매장되어 있는데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압력과 온도가 불안정해지면 거기서 많은 메탄이 방출될 것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80배 가까운 온실효과를 지닌 가스입니다. 그렇게 되어 일어날 재앙은 상상만 해도 오싹할 정도로 두렵습니다. 아카 빙하 추모비에는 아이슬란드의 유명 작가가 작성한 ‘미래로 보내는 편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내용 중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엇이 행해져야 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음을 인정하기 위함’이라는 문구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르고 히말라야의 빙하가 무너져 내리며 아카 빙하의 경고를 대수롭잖게 여긴 우리에게 더 강한 어조로 경고합니다. - 우리가 실제로 행동했는지는 오직 미래의 당신만이 알 것입니다. ‘미래로 보내는 편지’ 끝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