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장엄한 만년설 아래 자리 잡은 네팔이 울부짖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비극이지만, 최근 네팔을 덮친 대홍수와 대규모 산사태는 단순한 자연의 변덕이나 일시적인 이상 기후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자초한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이 결합하여 터져 나온 거대한 '인재(人災)'이자, 문명의 이기 속에 살아가는 전 인류를 향한 엄중한 경고장이다.홍수의 근본적 발단은 지구 온난화다.'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위태로운 빙하호(Glacial Lake)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수위를 견디지 못한 빙하호가 무너지며 수억 톤의 토사와 물이 하류로 쏟아져 내리는 '빙하호 붕괴 홍수(GLOF)'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무분별한 도로 건설과 산림 파괴, 환경 영향 평가를 무시한 난개발이 지반을 약화시키며 피해를 극대화했다. 자연의 흡수원을 스스로 파괴한 인간사회가 재앙의 폭발력을 스스로 키운 셈이다.더욱 뼈아픈 사실은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의 불평등성이다. 네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05%도 채 발생시키지 않는 기후위기의 최약소국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산업화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거대 배출국들이 아닌, 무고한 네팔의 서민들과 하류 지역 주민들이 목숨으로 치르고 있다.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 약자에게 가장 먼저 재앙으로 되돌아오는 기후 불평등의 비극이다.네팔의 대홍수는 한 지역의 국지적 재해로 끝나지 않는다. 빙하의 소멸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일어나는 생존의 문제이며, 언젠가 전 지구적 식수난과 식량 위기, 기후 난민 사태라는 파도로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것이다.자연은 인간의 탐욕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네팔의 흙탕물이 흘려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와 문명적 방만을 멈추고 지구와의 공존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재앙의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 이제 인간사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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