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4일부터 28일까지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와 북한 식량평가단을 평양에 파견한다. 2009년 8월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한 미국 정부가 1년9개월여 만에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평가단은 현장 조사를 통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파악하고 최근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이 발표한 북한 식량 상황 보고서들의 신뢰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킹 특사의 방북은 북한 식량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평가는 이번 조사를 비롯해 세계식량기구(WFP)와 다른 미국의 비정부기구들에 의해 이뤄진 판단들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평가단의 방북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외교 당국자는 "킹 특사의 임무는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평가로 제한될 것"이라며 "지금은 국제기구의 평가와 관련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식량지원 중단 이후 처음 이뤄지는 미국 고위당국자의 방북인 만큼 가시적인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제기구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관심은 식량 분배에 대한 감시체계 보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이 2009년 대북 식량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도 감시체계를 둘러싼 양측 간의 이견 때문이었다.
최근 WFP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북측으로부터 감시체계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전한 만큼 킹 특사는 평양에 머무는 5일은 사실상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미국의 식량지원을 재촉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인도적 문제와 정치 문제를 결부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한국 정부도 미국의 식량 지원이 정치 이슈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남북 대화가 꽉 막혀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지원 재개가 북미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