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세 국가에 보수는 자멸하고 진보는 희희낙락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보수가 섬멸되어 초토화된 자리에는 좌파가 즐기고 있다. 새는 한쪽 날개로 날지 못한다. 건강한 보수를 만나는 것도 좌파의 축복인데 현실은 한쪽 날개뿐인 비극적인 장애 국가이다.  여대야소 국회는 거여 독주로 기고만장이다. 검찰청 폐지에 이어 사법부 겁박에도 보수는 사분오열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보수가 죽은 것이 아니라 보수 정치가 죽은 것이라고 꼬집는다. 아무리 좌파가 득세하고 그들의 은전에 정신이 혼미해진 때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는 어느 나라에서나 7% 전후로 보수가 강세이다. 그럼에도 보수가 몰락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 보수 정치의 원죄는 1997년 이른바 DJP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김대중과 김종필이 야합했을 때 한국 보수 정치는 죽었다. 김종필은 국무총리와 장관 몇 자리를 얻고 그의 정당은 의회 교섭 단체의 지원금을 받고자 김대중의 당에서 의원을 꾸어 오는 등 인류 역사상 초유의 거래를 했을 때 김종필은 보수의 영혼을 팔았고, 김대중은 보수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정확하게 짚어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그 뒤 보수 정치는 책사도 없고 논객도 없고 지사도 없는 무뇌(無腦)의 단체로 몰락한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2024년 총선거에서 보수는 득표율에서 54.8 : 42.6, 곧 12.2%포인트 차이로 졌고, 의석에서는 189(63%) : 111(37%), 곧 78석(26%포인트) 차이로 대패했는데 이는 보수 진영에 책사가 없다는 증거이다. 선거제도가 잘못되었다면 그것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자책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적어도 지금 한국의 보수 정치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아 더 추락할 것이다. 지금의 형태를 보면 다음의 정치에도 득표에 이길지 몰라도 의석에서 질 것이다. 지금 한국 보수 정치의 적은 좌파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이기심, 공정을 포기한 분파주의, 질주하는 정적을 막지 못하는 무책(無策), 그리고 무지이다. 비리에 얼룩진 무리를 청산하는 용기가 없으면 보수의 미래도 없다.  정치는 가치의 적절한 분배인데 보수는 관용이 없이, 불필요한 적대 세력을 창출하여 끝내 복수 주의로 흐른다. 한국의 보수 정치는 복수심으로 무장된 계급의 반격으로 궤멸했다. 복수심을 바탕으로 하는 적개심은 자신도 그 복수의 희생이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진퇴가 깨끗하지 않아 연임을 꿈꾼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