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인 4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으로 급락했다. 대선 당시 지지했던 다섯 명 중 한 명이 마음을 거두어들였음을 보여주는 엄중한 민심의 경고등이다. 중도·보수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나 중도·보수 민심도 못 잡고 오히려 기존 지지층까지 잃은 상황이다. 물론 지지율에 국정이 매번 흔들려서야 안 되겠지만, 지지율이 수직 하락하는 ‘마이너스 게임’에 빠진 것은 불과 집권 1년 2개월 차밖에 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고 심각한 상황이다.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강한 개혁적 이미지에 대한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를 지탱해 온 '선명한 개혁 야성(野性)'이 실종된 것이 결정적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광화문 광장의 선봉에 섰고, 지자체장 시절 신천지 강제 조사와 계곡 정비 등에서 보여준 결단력은 보수 진영조차 두려워할 정도의 강렬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현재 국정에서는 그때의 과감성과 속도감이 사라졌다. 최근 국정 쇄신을 내세워 개각을 단행했지만,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보적 인물이 투입되었음에도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기존 정책 기조를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사회 정책의 지향점 역시 초기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재벌·대기업 중심의 국정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환율 안정과 성장률 상승으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 한들, 그 온기가 서민의 삶으로 스며들지 않는다면 체감 삶의 질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각한 자산 격차와 불평등 고착화 속에 거시경제지표의 착시 뒤에 숨은 기득권 중심의 과실 배분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체감 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여론조사들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은 제각각이다. 서울 부동산 보유자들의 조세저항을 탓하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은 폭등한 부동산 가격 수준 그 자체다. 현재 서울의 무주택 가구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51.7%에 달한다. 정부가 진정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할 대상은 바로 이들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다. 폭등을 멈추지 않는 부동산 가격 앞에서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 이들의 절망을 끊어내려면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확실하게 '하향 안정화'하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망국적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여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투기 억제가 아닌,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낮아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공급 논리에 치우쳐 있다. 지금처럼 기대수익률이 보장되는 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투기 심리를 차단할 수 없으며, 한정된 국토에서 무한정 공급을 늘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최근 강남권 초고가 부동산의 보유세를 인상하며 하향 안정화 기류가 나타났듯이, 세제 개혁을 통한 기대수익률 차단이 핵심 해결책이다. 세제 개편을 통해 보유세 강화 기조를 비강남권 중상위 구간 주택까지 확대하여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권의 과감한 기득권 내려놓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와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3선 연임 금지 법제화 같은 실질적인 정치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YS(김영삼) 집권 초기 보여주었던 금융실명제나 하나회 청산 같은, 판을 뒤흔드는 과감한 결단이다.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정치로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힘들다. 정권 초기 타운홀 미팅, 국무회의 중계 등은 국민의 호응이 컸다. 이제는 행정 세부 사항을 직접 챙기기보다 장관들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절한 타이밍에 문책성 인사가 어려워져 민심을 얻기 힘들어진다. 또한 권력 주변의 달콤한 소리를 경계하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할 수 있는 '레드팀'을 적극 가동해야 한다. 지금은 디테일한 행정보다 선 굵은 정치가 필요한 때다.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접지 않는 이유는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30%대 지지율은 사형선고가 아니라, "초심과 개혁 야성으로 돌아오라"는 국민의 애정 어린 채찍질이다. 대통령의 진가(眞價)는 위기의 순간에 비로소 드러나며, 그 위기는 반전의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 국민은 그가 걸어온 개혁의 길을 기억하며 과감한 결단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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