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 7년인 1476년. 효령대군의 손자 태강수 이동(李同)은 기생 연경비에 빠져 정실부인 박 씨의 허물을 들춰 내쫓으려 했다. 이에 왕실 종친을 감찰하는 기관인 종부시(宗簿寺)가 직접 나섰다. "종친이 첩을 사랑해 본처를 버리고 모함하면 왕실의 폐단이 된다"며 탄핵했다. 성종은 이동의 관작을 증명하는 고신(告身)을 거두고 재결합을 명했다. 하지만 이동은 끝내 조강지처를 내쳤다. 쫓겨난 박 씨가 훗날 조선 최대 음란스캔들의 주인공인 어우동(於宇同)이다.오늘날 종부시에 해당하는 게 특별감찰관이다.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이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가 되풀이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4년 법제화했다. 이듬해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활동하다 청와대와의 충돌이 이어졌고, 2016년 8월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역할 중복 논란 등으로 임명이 불발됐다. 윤석열 정부는 여야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묶어 처리하려다 합의에 실패했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최길수 변호사를 지명했다. 특별감찰관의 역할은 대통령 주변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권력형 비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작은 청탁·특혜에서 시작해 권력의 비호를 먹고 자라다 어느 순간 '○○게이트'가 됐다. 작은 일탈은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측근 문제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어 필요한 자리다.특별감찰관제가 성공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안보실 고위 참모와 비서관급 실세들은 특별감찰관의 사정권 밖에 있다. 특별감찰관에겐 강제 수사권도 없다. 요구할 수 있는 건 자료와 답변뿐이다. 혐의가 짙어도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입구는 좁고 손발은 묶인 형국이다. 특별감찰관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회는 특별감찰관의 권한과 감시망을 보완하고,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에게 눈치를 주지 않아야 한다. 특별감찰관제의 성패는 권력 스스로 얼마나 감시의 불편함을 견디느냐에 달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