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김희갑의 삶과 음악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이 대구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영화는 오는 9월 16일 오후 7시 메가박스 프리미엄 만경관에서 재상영된다. 지난달 7일 열린 대구 첫 상영이 전석 매진된 데 이어 재상영 역시 공식 모집 전부터 89석 가운데 약 60석이 예약 대기 명단에 오르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현재 전석 매진됐다.이번 상영은 답사기행작가이자 로컬문화기획자인 박시윤 작가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첫 상영 당시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아쉬움과 영화 재관람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재상영이 결정됐다.‘바람이 전하는 말’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김국환의 ‘타타타’,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양희은의 ‘하얀 목련’, 박인수·이동원의 ‘향수’ 등 한국 대중음악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김희갑의 삶을 조명한다.한국 창작뮤지컬의 새 역사를 쓴 ‘명성황후’까지 김희갑이 남긴 음악은 한 시대의 사랑과 이별, 고독과 희망을 담아내며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영화는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 뒤에 가려졌던 창작자 김희갑과 작사가이자 아내인 양인자의 삶에도 주목한다.부부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두 사람은 ‘상아의 노래’, ‘진정 난 몰랐네’, ‘알고 싶어요’,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특히 ‘명성황후’는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공연사에 한 획을 그었다.김희갑은 백상예술대상 주제가상, KBS가요대상 작곡상·편곡상, 한국문화예술상 대상,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그러나 영화는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한 예술가가 시대의 굴곡을 지나온 삶에 초점을 맞춘다. 노년과 질병, 기억의 변화, 그리고 그 곁을 지켜온 동반자의 시간까지 차분하게 담아냈다. 특히 여든을 넘긴 김희갑이 기타리스트 김종진, 김광석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은 음악가로 살아온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김희갑은 2019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찬란했던 음악 인생과 병마 이후의 일상이 교차하는 영화 속 장면은 한 음악가의 삶을 넘어 세월과 기억에 대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김희갑에게 대구는 특별한 도시다.1936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희갑은 6·25전쟁 당시 피란을 내려와 대구에 정착했다. 영남공업고등학교의 전신인 당시 대성공업고등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열일곱 살 무렵 대구 남선기타연구소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당시 김희갑과 함께 기타를 연주했던 김경수 낙타정형외과 원장도 현재 아흔셋의 나이가 됐다. 김 원장은 지난 첫 상영 현장에서 오랫동안 간직해 온 사진 자료와 낡은 기타를 직접 가져와 청년 시절 김희갑과 함께 기타를 치던 추억을 관객들에게 전했다.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소년이 처음 기타를 품었던 곳이 바로 대구였다. 김희갑에게 대구는 단순한 피란지가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으로 성장하는 음악 인생의 첫 출발점이었던 셈이다.양희 감독은 2006년 김희갑 음악 인생 40주년 헌정음악회를 계기로 김희갑과 인연을 맺었다. 거장의 삶을 담은 영상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 2014년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뇌경색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김희갑의 시간을 10년 동안 기록해 ‘바람이 전하는 말’을 완성했다.영화는 한 음악가에 대한 헌사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장면을 기록하고 보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이번 재상영에서는 공동 제작자인 허욱 감독이 사회를 맡고, 영화에 출연한 김광석 기타리스트의 연주도 진행될 예정이다.박시윤 작가는 김희갑의 음악이 처음 싹튼 곳이 대구라는 점에 주목해 이번 상영을 기획했다. 박 작가는 “대구가 김희갑을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으로 품고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해야 한다”며 “이번 상영이 김희갑의 젊은 날을 기억하고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대구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피란길에 오른 소년이 대구에서 처음 기타를 품었고, 훗날 수많은 명곡을 남긴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이 됐다.그의 음악이 시작된 도시 대구에서 ‘바람이 전하는 말’이 다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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