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 청년 주거정책의 설계가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월세 지원, 전세자금 대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5년 뒤, 10년 뒤에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에게 구매자금만 지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수요지원만 늘리면 지원금 일부가 결국 집값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단순히 '얼마나 싸게 살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도 한계가 있다.
청년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첫 자기자본'인 종잣돈이다. 치솟는 주택가격은 설사 주택가격을 낮춰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의 자부담이 필요하다. 청년에게는 너무 높은 첫걸음이다. 종잣돈의 크기가 주택시장 진입 여부를 좌우하고 있다.
부모의 금전적 지원과 순 자산이 청년의 자가 소유 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모의 지원이 나 가족 간 자금 이전이 주택 구입에 필요한 초기자금 부담을 줄이고 최초 주택 구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볼 때 결국 부모로부터 종잣돈을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의 격차가 주거 격차로 굳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정책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청년에게 얼마를 더 빌려줄 것인가"보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첫 자기자본을 어떻게 만들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우선 '첫 집 매칭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을 목표로 일정 기간 스스로 저축하면 공공이 일정 비율을 보태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현금지원이 아니라 본인의 저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년도약계좌 등 기존 자산형성 제도와 연계할 수도 있다. 해외의 매칭 저축 실험에서도 주택 구입 목적의 지원이 최초 주택 구입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 다른 대안으로 자기자본 격차가 더 큰 청년에게는 '공유지분형 첫 집'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청년은 처음부터 거액의 주택가격을 부담하지 않고 자신의 소득과 저축, 그리고 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소유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평생 지원받는 임대주택이 아니다. 오늘의 월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오늘의 저축이 내일의 자기자본이 되고, 언젠가는 자신의 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정책이 '지원'에서 '희망'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