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가격상승이 나타나며 경제학에서는 초과수요 또는 수요 과잉이라 부른다. 따라서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의 본질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적 수요의 비정상적인 과잉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단순한 진리가 거부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업, 언론, 관료, 정치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공급 부족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세상을 호도하고 있다.이들이 수요 과잉이라는 진짜 이름을 숨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 과잉의 본질인 투기적 기대수익률을 지적하는 순간, 부동산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겨온 기득권 구조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장이 외치는 공급 부족은 진실 왜곡이다. (단,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예외다). “집을 사두기만 하면 반드시 돈을 번다”는 높은 기대수익률이 투기 수요를 끌어들이고, 이 투기적 수요가 시장의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은 일반 공산품처럼 단기간에 쉽게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새로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투기적 기대수익률이 보장되는 한 공급 부족이라는 기득권의 논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이렇게 왜곡된 공급부족 논리를 주도하는 것은 수십 년간 형성된 견고한 부동산 공생카르텔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커진 건설업 구조 속에 건설사와 시행사는 신규 분양이 끊이지 않아야 이윤을 남기며 생존할 수 있다. 언론은 이들의 광고비에 의존하며 공급 절벽이라는 공포를 끊임없이 주입한다. 대출 이자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기관들은 부동산이 무너지면 안 될 것이다. 또한 부동산 기득권 논리에 익숙한 관료들이 있기도 하고, 토지 가치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대형 토지주까지 있다. 이렇게 형성된 부동산 공생 카르텔이 망국의 ‘부동산 공화국’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현재 부동산 가격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구조가 바뀌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 가격은 뉴욕이나 도쿄 등 주요 대도시에 비해서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2배나 높다. 이 거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거품이 꺼지는 순간 한국 사회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뛰어넘는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질 것이며, 심화된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만 야기할 것이다. 씁쓸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보수정당이 기득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여당마저 기득권의 프레임에 갇혀 부동산 부자들의 민원에 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누가 더 규제를 풀고 건물을 올릴 것인가만 궁리하는 것처럼 보인다.여론조사에서도 지적하듯 부동산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며 미래를 잃어가고 있고, 무주택 서민들은 폭등하는 집값과 주거비에 삶의 기틀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치가 부동산 기득권에 휘둘리며 투기 세력을 편들어 주는 동안, 자산 격차는 심화되며 불평등은 가속화된다. 전국 43.1%, 서울 51.7%에 달하는 무주택 가구의 절망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부는 세대를 이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누구나 인생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 우리 자식과 손자 세대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층도 내 집을 가지겠다는 욕구가 매우 강한 만큼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임시거처로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집 살 여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이에 따른 정책목표는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가 되어야 한다. 최근 초고가 아파트에 보유세를 2배 인상한다는 세제 개편안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서초권을 중심으로 가격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공급 측면보다 수요 측면에서의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폭등을 막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복잡하게 되어 있는 부동산 세제도 국민이 알기 쉽게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경제정의 실현 차원에서 <부동산 총가액 최상위 5% 계층>을 세금부과 대상으로 삼아 그 계층 내에서 누진율을 적용하고 세제를 단순화하면 조세저항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이제는 부동산 기득권에 의한 잘못된 공급 프레임을 깨고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수요억제 측면에서 한정된 토지 자원과 사회적 인프라가 만들어낸 부동산 불로소득을 강력히 환수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부동산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