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가 새로운 지방자치 실험에 나섰다. 중앙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울릉에 필요한 일을 울릉의 현실에 맞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울릉군이 추진하는 ‘특별자치군’의 핵심은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치권에 있다. 정부는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3개 먼섬에 138개 사업, 총 1조942억원을 투입하는 제1차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을 확정했다. 정주환경과 기반시설 확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울릉군은 국가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섬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울릉군의 특별자치군 추진은 입법 준비 단계다. 앞으로 울릉에 필요한 특례를 구체화하고 중앙정부와 경북도, 울릉군 사이의 권한과 재정 배분을 조율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특별자치군’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권한과 특례를 담느냐에 달려 있다.울릉은 인구 규모만 보면 작은 자치단체지만 행정비용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도로와 시설을 건설·유지하는 데 육지보다 많은 비용이 들고, 생활물자는 바다를 건너야 한다. 기상 악화는 사람의 이동과 물자 공급을 동시에 막을 수 있다. 응급환자 이송이나 전문진료를 위해 육지로 이동해야 하는 의료 현실도 섬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울릉군은 특별자치군을 통해 지방교부세 등 재정 특례를 확보하고 교통·의료·물류·주거·교육 분야에서도 울릉의 여건에 맞는 별도 기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이를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닌 행정·재정적 자립을 위한 제도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를 토대로 관련 입법을 건의했지만, 현재 특별자치군 설치 법안은 국회에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가 교통과 물류다. 울릉에서 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식료품, 생필품, 건설자재를 실어 나르는 생활 기반시설이다. 운항이 중단되면 이동이 막히고 물류가 흔들리면서 생활비와 의료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울릉군과 신안군이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 개정에 공동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지자체는 정주생활지원금과 세제 특례, 생활비 부담 완화, 국가보조항로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섬 특별법이 국가의 지원 책임을 제도화한 것이라면, 특별자치군은 지역이 필요한 지원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자는 의미가 있다.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특별자치군 논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공항이 들어선다고 섬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교통과 숙박은 물론 의료, 환경, 생활폐기물 등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한다. 사람이 머물기 위해서는 주거가 필요하고, 청년과 공공인력이 정착하려면 교육과 의료, 생활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한된 토지와 가파른 지형을 가진 울릉에서는 육지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도시계획과 건축, 주거정책 역시 울릉의 지형과 환경, 주민 생활을 고려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개발과 보전의 균형도 중요한 과제다. 관광객과 개발수요가 늘어날수록 어디까지 개발하고 어떤 지역을 보전할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진다. 특별자치군이 규제를 일괄적으로 완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울릉의 미래를 지역 여건에 맞게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울릉군의 구상이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육기회가 축소되기보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육지 학교와의 공동교육, 온라인 수업 등을 활용해 울릉형 교육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특별자치군이 실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권한과 재정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권한만 넘겨받고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방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예산만 지원받은 채 결정권이 중앙에 남는다면 기존의 의존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울릉군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울릉에 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지역이 정하고, 그 결정을 실행할 권한과 재원을 함께 달라는 요구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 사례를 참고할 수 있지만, 울릉은 기초자치단체라는 점에서 별도의 모델이 필요하다. 배가 끊겨도 주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체계,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 청년과 공공인력이 머물 수 있는 주거환경, 생활물류 부담을 낮추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관광개발과 자연환경 보전 사이에서 울릉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도 요구된다.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이 ‘국가가 섬을 책임져야 한다’는 출발점이라면 특별자치군은 ‘그 섬의 미래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라는 다음 단계의 질문이다.울릉공항 2028년 개항을 앞둔 지금 울릉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하늘길만이 아니다. 공항 이후 늘어날 사람과 물자, 관광과 개발, 의료와 주거 문제를 어떤 기준으로 풀어갈지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힘이다. 특별자치군의 본질은 결국 ‘지원받는 섬’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섬’으로의 전환을 내용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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