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발표된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6.7%가 현재 주택 가격 수준이 높다고 응답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지금의 집값에 심각한 부담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은 이 민심이 가리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주택정책의 목표는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다. 정책목표는 분명해야 한다. 지금 정책목표는 바르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주거 안정이나 공급 확대 같은 직접적이지도 않고 둘러가는 목표에 머물러 있다. 또한 목표를 정책 수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정책은 가치판단과 선택을 요구한다.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정부는 대다수 무주택 서민과 청년의 편에 서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그들의 지지라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양쪽 모두에게서 지지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5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명백한 시장 실패이며, 더 이상 시장에 맡겨둘 수 없고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동안 주택 시장은 대출 규제나 세제를 통한 간접시장 조율 방식에 그치며 민간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이제 간접적 규제 수단만으로는 시장실패를 교정할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정부는 시장의 눈치를 보는 조율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중요한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정부가 직접 소유하며 30년 이상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실제로는 전체 주택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15~20% 이상으로 확대하는 획기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단단하게 뿌리내려야만 민간 집주인이 임대료를 기습 인상하거나 세금 부담을 전가할 때 세입자들이 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주거 완충 지대가 형성된다. 이 완충 장치가 존재할 때 비로소 전월세 가격의 폭등을 저지하고 임대차 시장 전반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집값이 폭등하는 현시점에서 먼 미래의 신축 공급 계획만으로는 시장참여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토지 보상부터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신축 공급은 당장 눈앞의 전월세난과 집값 거품을 해결하는데 실효성이 없다. 더욱이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신축 주택 공급은 지방 소멸을 방치한 채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 기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따라서 시장을 안심시키고 공공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역할을 늘리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시장에 나온 기존 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신축 방식은 토지 매입과 인허가, 공사에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반면, 기존 주택 매입은 이미 완성된 도심 주택을 사들여 즉각 임대물량으로 전환하므로 공급 속도와 재정 효율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또한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이미 완비된 도심 한복판에 세입자들을 즉시 입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질적인 주거 복지에 훨씬 부합한다. 이를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에 “불로소득은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강력한 신호를 주고 조세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어 기존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 부담을 대폭 높여 기대수익률을 원천 차단하고, 한시적인 양도세 및 거래세 인하로 절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존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신규 신도시 조성이나 토지 보상에 들어갈 막대한 토목 예산을 구조 조정하여 매입 자금으로 전환하고, 분양 아파트 건설에 쏠려 있던 주택도시기금의 목적을 개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추후 월세 수입이 발생하는 공공 자산의 특성을 활용해 장기 채권이나 공공 리츠 등 금융 수단을 병행하면,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매입 재정을 조달할 수 있다. 셋째, 다주택자가 집을 파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과 같은 공공 기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가격이 하락한 도심 속 기존 주택을 사들여 장기 공공임대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 선진 도시들의 사례는 공공의 직접적 비중 확대가 주택시장 안정을 이끄는 핵심 요인임을 증명한다. 전체 주택의 80%를 국가가 책임지며 투기를 차단한 싱가포르, 시민의 60%가 중산층까지 포용하는 고품질 시영 임대주택에 살며 민간의 임대료 인상을 견제하는 오스트리아 빈, 비영리 주택조합을 통해 전체 주택의 30%를 사회주택으로 운영하는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처럼 공공임대의 비중이 높아야 민간 임대업자의 독점적 가격 결정력을 무력화하고 폭등하는 전월세 난을 흡수하는 든든한 주거 방파제가 완성된다. 지금 폭등하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정의 실현 차원의 불로소득 환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보유세 강화로 기대수익율 하락과 매물출회를 유도하며, 기존 주택 매입을 통해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을 15~20%로 확대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