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10일째를 맞았지만,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수사 준비를 여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직 수장 부재 속에 업무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상당수 업무가 수기(손글씨)로 이뤄지고 있다. 중수청은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하며 수사 착수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개청 후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소관 청별 관련 부서에 배당했다. 담당 부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프라 미비 등으로 실제 수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을 마련하지 못해 경찰 킥스를 빌려 쓰고 있지만 현재는 사건 이첩 수신, 접수, 배당 등 필수 기능만 사용 가능하다. 중수청 자체 킥스 구축에는 3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중수청은 개청 첫날인 지난 2일 기준 30건 이상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고 현재도 민원실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사건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사건 처리와 형사사법포털 등의 기능은 오는 12월 킥스 2단계 개통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어, 그전까지는 수사 기록 작성과 송부, 장부 입력 등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전자결재나 이메일 등 행정정보시스템도 행정안전부의 온나라시스템을, 메신저도 PC 카카오톡이나 공무원 내부 메신저인 '온톡'을 사용하고 있다. 업무 PC를 지급받지 못한 수사관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근무 체계와 보고·결재 등 업무 절차도 대다수 수기로 진행되고 있다. 청별로 청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청 이후의 상황 등을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은 조직을 안착시키기 위해 부서별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 처리와 조직 운영 등에 관해 자체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태가 중수청의 '1호 사건'이 될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수청은 금융권 해킹 사고가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지, 경찰 등에 이첩 요구를 통보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아직 해당 사건을 중수청에 이첩하거나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수청은 이번 AI 해킹 사건이 관련 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과 밀접한 범죄가 첫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과 과거 수원지검 마약합동수사본부에 있던 인력 상당수가 각각 서울 중수청과 수원 중수청 등으로 이동해 기존 수사 상황을 토대로 사건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에 이어 내란 사건의 후속 수사를 맡을 운영 체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수청 내에 내란 특별수사본부 형태의 수사기구가 설치될지도 관심사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도 지난 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란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격히 바로잡아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내란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