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녹지 240ha, 71만여 주…이제는 ‘얼마나 심었나’보다 ‘얼마나 잘 키우나’를 물어야 한다. 도시는 나무 숫자로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공원 몇 곳을 만들고, 도로변에 나무를 심고, 계절마다 꽃을 심었다고 해서 녹색도시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녹지는 심는 순간부터 관리가 시작된다. 어쩌면 그때부터가 진짜 행정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포항은 바다와 산, 도심이 어우러진 도시다.도로변에는 가로수가 있고, 곳곳에는 띠녹지가 있으며 계절마다 장미와 꽃이 피어난다. 포항시가 관리하는 녹지대만 약 240ha. 장미 약 12만 본, 가로수 약 5만8천 주, 띠녹지 관목 약 19만9천 주 등 전체 약 71만여 주가 관리 대상이다. 숫자만 보면 포항은 충분히 ‘녹색도시’처럼 보인다. 
 
그런데 질문 하나를 바꿔보자. “포항에는 녹지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포항의 녹지는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가?” 이 질문이다. 심는 데는 박수를 받지만, 관리에는 박수가 없다 새로운 공원과 정원을 조성하면 시민들의 눈에 잘 보인다. 새 나무가 심어지고 꽃이 피면 사업의 성과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나무를 몇 년 뒤에도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잡초를 제거하고, 가지를 치고, 병해충을 방제하고, 고사목을 제거하는 일도 그렇다.그러나 도시의 품격은 어쩌면 이런 보이지 않는 관리에서 결정된다. 시민들이 매일 보는 것은 거대한 조성사업의 준공식이 아니다. 출근길 가로수다. 집 앞 띠녹지다. 버스정류장 주변의 화단이다. 아이와 함께 걷는 산책길이다. 그리고 여름철 무성하게 자란 잡초다. 시민에게는 ‘240ha’가 보이지 않는다 행정자료에서 240ha는 큰 숫자다. 71만여 주 역시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시민들은 240ha를 보지 않는다. 시민은 자신이 매일 지나가는 100m의 녹지를 본다. 가로수가 건강한지, 잡초가 무성한지, 꽃이 피었는지, 쓰레기가 방치돼 있지는 않은지를 본다. 그래서 녹지행정은 면적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체감하는 관리의 질을 함께 봐야 한다.포항시가 녹지대 풀베기를 연간 3회 실시하고 있지만 여름철에는 잡초가 빠르게 자란다. 관리 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시민이 체감하는 녹지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시민에게는 ‘몇 회 관리했느냐’보다 ‘지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느냐’ 더 중요할 수 있다. 녹지가 늘어나면 관리비도 늘어난다. 여기서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등장한다. 나무는 예산이 없어도 자란다.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잡초도 자라고, 가지도 자라고, 병해충도 발생한다. 가뭄이 오면 물이 필요하고 폭우가 오면 배수와 토양을 살펴야 한다. 즉 녹지는 조성하는 순간 끝나는 자산이 아니라 매년 관리비가 발생하는 살아 있는 자산이다. 그렇다면 신규 녹지를 만들 때 한 가지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녹지를 10년 동안 관리하는 데 얼마가 필요한가.” 이 질문이 조성계획 단계부터 따라붙어야 한다. 새로운 녹지 1ha를 만드는 비용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들어갈 관리비까지 계산해야 한다. 녹지를 많이 만드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포항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다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만들고, 만든 만큼 관리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녹지를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도시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곳부터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다.포항시가 녹지대를 A등급 주요도로, B등급 일반 녹지대, C등급 법면·하천 등으로 구분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등급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A등급에는 얼마를 투입하고, B등급에는 얼마를 투입하며, C등 급에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민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민도 왜 어느 곳은 자주 관리되고 어느 곳은 관리 빈도가 다른지 이해할 수 있다.녹지 예산은 ‘비용’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녹지관리 예산을 단순한 유지관리 비용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잘 관리된 녹지는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보행환경과 생활환경을 높인다. 관광객에게는 도시의 첫인상이 되고, 시민에게는 일상의 쾌적성을 제공한다. 결국 녹지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은 도시의 품질에 투자하는 돈이다. 따라서 포항의 녹지 면적과 관리 대상이 계속 늘어난다면 녹지관리 예산 역시 그 증가 속도에 맞춰 현실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특히 신규 인수구간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녹지를 인수하면서 관리책임도 함께 넘어온다면 그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이제는 ‘관리 이력’도 자산이 돼야 한다. 나무에도 이력이 필요하다. 언제 심었는지. 어떤 수종인지. 언제 전정했는지. 병해충 피해는 있었는지. 얼마의 관리비가 들어갔는지. 고사한 적은 없는지. 이런 정보가 쌓이면 녹지관리는 경험에 의존하는 행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으로 바뀔 수 있다. 포항시가 녹지공간을 현행화하고 전산화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향후에는 녹지별 관리이력과 예산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왜 여기에 이만큼 예산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도 객관적인 자료로 답할 수 있다.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녹지의 양’보다 ‘녹지의 질’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걷는 길의 가로수가 건강하고, 도로변 녹지에 잡초가 무성하지 않고, 계절마다 꽃이 피고,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깨끗한 것. 그것이면 된다. 포항은 이미 충분한 녹지자산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녹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있는 녹지를 잘 지키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포항의 녹지는 이미 충분히 많다. 이제 시민들이 묻는 것은 숫자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녹지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행정이 답해야 할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앞으로 늘어나는 녹지를 관리할 예산과 인력은 충분합니까?” 녹색도시는 나무를 많이 심는 도시가 아니다. 나무가 오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도시다.